EV 전환 기회론 부상…
자동차 시장· 산업 주도권… 미국 집중 구조
캐나다 해법 재정의… 생산기지 논리 넘어 통제력 점검
[Electric Vehicle. Unsplash @CHUTTERSNAP]
(토론토)
미국 관세 압박과 글로벌 전기차(EV) 전환 흐름 속에서 캐나다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을 캐나다 산업 구조와 에너지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적지 않은 의문이 따른다.
온타리오주 오샤와 GM 공장의 감산과 고용 축소, 스텔란티스의 브램턴 공장 생산 계획의 미국 이전 입장 등은 단기적인 경기 문제를 넘어, 캐나다 자동차 산업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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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TV 인터뷰에서 캐나다 자동차 산업이 EV 시장을 계기로 ‘리셋’될 수 있다고 언급한 학계 분석은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다만 시장의 크기와 통제권, 에너지 전략, 지정학적 리스크를 함께 놓고 보면, EV 중심 재편이 과연 캐나다에 합리적인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V 전환, 시장은 어디에 있는가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구조적 제약은 시장의 위치다. 완성차 판매와 소비의 중심은 여전히 미국이며, 생산·유통·가격 결정 과정 역시 미국 시장 논리에 좌우된다. 캐나다에서 생산된 차량은 실질적으로 미국 소비자와 정책 환경에 종속되는 구조다.
EV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충전 인프라와 주행 환경, 기후 조건을 고려하면 EV 수요는 따뜻한 미국 남서부와 중남부 지역, 그리고 일부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혹한과 장거리 운행이 일상인 캐나다 전역을 EV 확산의 주 무대로 설정하는 데에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하다. 시장의 주도권과 소비 기반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캐나다가 대규모 추가 투자를 통해 EV 산업을 끌어안는 전략은 위험 분산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EV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 에너지 전략
EV 확대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전제는 전력 공급이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 흐름을 보면, 전력의 우선순위는 이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 산업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들 산업은 EV보다 훨씬 높은 안정성과 지속성을 요구하며, 국가 차원의 전력 전략과 직결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EV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는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집 앞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 내지는 충전기 일부를 설치한다면, 지역 전력 수용률(최대 전력 사용량 분석)분석과 전력 증설 및 승압, 변압기 교체 및 배선공사 등이 기본적을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발전설비 및 송배선 설비 등의 기초 증설 공사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동네 충전소 설치에만 평균 8개월에서 2년까지 소요된다.
이러한 전력 증설 및 송배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차, 소형 원자로(SMR), 핵융합 등 기존 전력 그리드(전력망)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설 경우, EV 중심 전략은 예상보다 빠르게 한계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Electricity Power Line. Unsplash @Jan Huber] 캐나다의 경우 에너지 전략 전반에서 이미 뒤처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유 설비 확충이 지연된 탓에 원유와 가스를 미국에 수출한 뒤, 휘발유와 정제 연료를 다시 수입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에너지 자립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EV 산업 이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호주의와 투자, 캐나다의 선택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캐나다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보호주의 기조 속에서 미국은 자국에 유리한 산업은 흡수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과감히 배제해 왔다. 이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시장과 공급망 자체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캐나다가 미국 시장 접근을 전제로 자동차 산업에 추가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더그 포드 주총리가 자동차 노동자들의 재교육과 방위·생명과학 산업 전환을 언급한 것도,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신호로 읽힌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보호주의는 혁신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시장과 주권이 타국에 집중된 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확장 역시 장기적 정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EV라는 단일 산업에의 집중이 아니라, 에너지·첨단 기술·자원 가공 등 보다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으로의 전략적 분산일 수 있다.
[IONIQ 5 Robotaxi inside the factory. Unsplash @Hyundai Motor Group] 산업 전환의 기준은 ‘가능성’이 아니라 ‘통제력’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변화의 방향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한 성장 가능성이 아니라, 해당 산업을 얼마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EV 시장에서 캐나다는 기술보유 제조, 생산자도, 소비자도, 가격 결정자도 아니다. 생산 거점이라는 역할만으로는 산업 주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캐나다 내 자동차 공장의 감산 및 이전 계획은 단지 한 지역의 고용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 자동차 산업이 처한 구조적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EV 전환을 기회로 볼 것인지, 위험 분산이 필요한 신호로 볼 것인지는 이제 캐나다 정책 결정자들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전환’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
이번 논쟁은 캐나다 산업 정책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EV는 하나의 선택지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시장과 에너지, 기술 주도권을 함께 고려하지 않은 전환은 또 다른 의존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을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