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주장 nuisance(누선스:방해행위, 권리침해) 입증 실패
룸메이트 사이 사소한 갈등 보증금 미반환 근거 불충분
부적절한 언행 있었으나 정당한 분노로 인정
[Unsplash @Eduardo Escalante]
(밴쿠버)
집안일 소홀과 말다툼을 이유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룸렌트 집주인에 대해 캐나다 B.C.주 민사중재법원(CRT)이 전액 반환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설거지를 제때 하지 않은 행위가 법적 보증금 몰수 사유인 '중대한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대차 계약서 내 '방해 행위' 조항의 한계
이번 사건의 주인공 애니 버마는 한 지하 룸렌트 거주 중 이사를 나오면서 보증금 300달러를 돌려받지 못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집주인 라탄 카우르는 "버마가 설거지를 하지 않아 다른 거주자들에게 피해를 주었으며, 이는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세입자가 타인에게 방해를 줄 경우 보증금 없이 퇴거 조치할 수 있다는 부칙이 포함되어 있었다.
증거 부족과 법적 정의 사이의 괴리
재판부는 카우르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집주인이 제출한 증거는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사진 단 한 장뿐이었으며, 당시 해당 공간에 다른 세입자 4명이 더 거주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버마만의 잘못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법적으로 'Nuisance'는 타인의 재산 사용과 향유를 "실질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설거지 소홀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말다툼 중 욕설도 보증금 몰수 사유 안 돼
집주인은 보증금 문제로 다투던 중 버마가 욕설을 하며 괴롭혔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세입자가 화를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며, 단 한 번의 언쟁이 집주인의 생활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카우르에게 30주 내로 보증금 300달러를 전액 반환할 것을 명령했다.
"룸메이트 갈등, 감정이 아닌 법적 근거가 우선"
이번 판결은 룸렌트나 셰어하우스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소한 생활 갈등이 보증금 몰수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특히 B.C.주의 주택임대차법(RTA)이 룸메이트 간의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적 계약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그 계약 내용조차 법률상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보증금을 지키고 싶은 세입자나 이를 몰수하려는 집주인 모두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객관적인 기록과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