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국 방산기업 한화가 캐나다의 노후 잠수함 전력을 대체하기 위한 대형 국방 조달 사업에서 강수를 뒀다.
한화는 자사가 개발한 최신형 KSS-III 공격잠수함 한 척을 태평양을 횡단해 올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연안에 직접 정박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순 제안서 경쟁을 넘어, 실제 운용 능력을 현장에서 입증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CTV뉴스에 따르면, 해당 잠수함은 현재 한국 남부 진해 해군기지에서 정비를 받고 있으며, 약 두 달간의 항해를 거쳐 5월 말 캐나다 서부 연안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획은 캐나다 연방정부가 추진 중인 잠수함 교체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확인됐다.
‘보여주는 제안’ 태평양 횡단의 상징성
이번 항해 계획은 캐나다 연방 국방조달 담당 국무차관인 Stephen Fuhr의 방한 및 한화 조선소 시찰 일정과 맞물려 공개됐다. 푸어 차관은 한국 거제에 위치한 한화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거나 시험 운항 단계에 있는 잠수함들을 직접 둘러봤다. CTV뉴스는 보안상 내부 촬영은 제한됐지만, 아직 인증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KSS-III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화가 제안한 KSS-III는 캐나다가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과 달리, 수직 발사 시스템을 갖춰 해상뿐 아니라 육상 목표물 타격이 가능하다. 3,000톤급 규모로 약 50명의 승조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다수의 어뢰와 미사일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푸어 차관은 해당 잠수함을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종 결정은 “비용, 인도 일정, 그리고 캐나다에 돌아오는 경제적 이익”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국방 조달, 산업 효과가 관건
이번 잠수함 사업은 최대 12척 도입이 거론되고 있으며, 성사될 경우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국방 조달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와 독일의 TKMS는 3월 2일까지 최종 입찰서를 제출해야 하며, 연방정부는 올해 말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캐나다 정부는 단순 무기 도입이 아닌, 국내 산업 파급효과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푸어 차관은 “이 사업은 동·서부 해안 전반에 걸쳐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잠수함 인도 이전 단계부터 인프라 구축과 생산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화는 최근 온타리오주 수세인트마리에 위치한 Algoma Steel에 2억7,500만 달러를 대출하고, 추가로 7,000만 달러 규모의 철강 구매를 약속했다. 다만 이 투자는 한화가 잠수함 계약을 수주할 경우에만 이행되는 조건부 약정이다. 알골마 스틸의 라자트 마르와 최고경영자는 “미국 관세로 인해 미국 매출의 절반이 사라졌고, 약 1,000명의 감원이 불가피했다”며, 한화와의 협력이 사업 전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로봇 조선 기술까지, 조건부 파트너십 확산
한화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또 다른 요소는 조선 자동화 기술이다. 온타리오 조선소 관계자들은 한화 조선소에서 연간 약 45척의 선박이 생산되는 속도와 효율성에 주목했다. 전체 용접 공정의 약 90%가 로봇으로 이뤄지고, 인력은 감독과 품질 관리에 집중하는 구조다.
온타리오 조선소의 테드 커크패트릭 부사장은 한화와 해당 기술을 캐나다에 도입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이 적용될 경우, 국내 조선업의 생산 기간을 단축하고 대형 선박 건조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모든 협력 구상은 잠수함 사업 수주라는 전제가 충족돼야 현실화된다.
무기 도입을 넘어 산업 전략의 시험대
이번 잠수함 사업은 단순한 군사 장비 교체가 아니다. 어떤 국가의 플랫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캐나다 조선·철강·방산 산업의 기술 경로와 고용 구조가 수십 년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화가 태평양 횡단이라는 상징적 행보까지 선택한 배경에는, 성능 경쟁만으로는 부족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캐나다 정부가 이 사업을 ‘국방’이 아닌 ‘산업 전략’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최종 선택의 무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