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적인 전략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한화오션은 단순한 함정 판매를 넘어, 방산·조선 분야 전체의 한화 그룹 차원의 전방위적인 지원으로 캐나다 국방·산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패키지 제안’을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 해군 전력 교체를 넘어, 향후 수십 년간의 방위산업 구조와 일자리 지형을 결정할 중대 분기점으로 캐나다 언론은 평가하고 있다.
‘보여주는 전략’ 잠수함부터 생산 현장까지 공개
캐나다 국방 조달 담당 국무차관 스티븐 퍼를 포함한 정부·기업 사절단은 최근 한국 거제와 진해를 방문해 한화의 잠수함 건조 현장과 한국 해군 잠수함 사령부를 직접 둘러봤다. 이미 실전 배치 중인 KSS-III급 잠수함이 건조·운용되는 전 과정을 공개한 것은, ‘종이 제안서’가 아닌 ‘검증된 전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화는 현재 운용 가능한 잠수함을 실제로 태평양을 횡단시켜 캐나다 연안에 입항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기술력과 신뢰성을 동시에 각인시키려는 상징적 행보로, 독일 TKMS와의 경쟁에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
잠수함 그 이상, 산업·일자리 연계 전략
캐나다 해군은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 도입을 검토 중이며, 전체 사업 규모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군사 조달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는 ‘함정 가격’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어뢰 생산의 캐나다 이전, 유지·보수·정비(MRO)의 전면 국내화, 그리고 서부·동부 연안의 건조·정비 인프라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자동화·로봇 기반 생산 기술 이전은 캐나다 조선·제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미 국방부 관세 압박으로 타격을 입은 철강·자동차 산업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캐나다 정부 입장에서 무시하기 어렵다.
국방 조달을 넘어 외교·안보 협력으로
이번 협상의 또 다른 축은 외교·안보다. 캐나다와 한국은 최근 안보·방산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단순 구매 관계를 넘어 공동 훈련·운용·정보 공유까지 포함하는 틀을 마련했다. 한국 해군은 캐나다 잠수함 승조원 훈련과 시뮬레이터 제공까지 제안하며 ‘동맹형 협력 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캐나다가 미국 중심의 방산 공급망에서 일부 벗어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와의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잠수함 도입 사업이 국방력 강화뿐 아니라, 외교적 선택지 확대의 수단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구매’가 아닌 ‘구조 선택’의 문제
이번 잠수함 사업은 어느 국가의 함정을 도입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가 향후 방위산업을 어떤 구조로 설계할 것인지, 그리고 군수 조달을 산업·고용·외교 전략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적 선택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한화의 제안은 공격적이면서도, 캐나다가 스스로 설정해 온 ‘산업 연계형 조달’ 원칙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다만 캐나다의 판단은 한화의 매력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유럽연합(EU)과 나토(NATO) 체계 속에서의 전략적 연속성을 고려할 경우,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 역시 매우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단순한 기술 비교를 넘어, 동맹 구조와 방산 협력의 축을 어디에 둘 것인지라는 문제가 함께 제기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는 점은 한화 제안의 외연을 넓히는 요소지만, 자동차 산업을 이번 잠수함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본보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속도, 비용, 기술 이전, 일자리라는 네 가지 기준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번 결정은 단기적인 전력 보강을 넘어, 캐나다 국방 조달의 기준과 방향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와 티센크루프, 두 선택지 모두가 지닌 전략적 의미를 저울질해야 하는 만큼, 이번 판단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입체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