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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노골적 인종차별 논란 반복… 슈퍼볼 ‘배드 버니’ 무대까지 번진 미국의 속내

카일J 리 기자 0
미국 우월주의 정서,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 충돌
오바마 부부 원숭이 합성 영상 논란, ‘농담’으로 넘긴 권력
방관과 침묵, 미국 신뢰·연대 비용 확대
[베드 버니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Youtube @NFL 캡처]
[베드 버니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Youtube @NFL 캡처]
(토론토)
슈퍼볼 무대에 비친 ‘다언어·다문화’와 백악관의 즉각 반응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대중문화 이벤트이면서 동시에 “미국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를 드러내는 상징적 무대다. 올해 하프타임의 주인공 배드 버니는 스페인어 중심의 공연 구성,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아우르는 연출, 그리고 ‘함께’라는 메시지를 통해 다언어·다문화의 현실을 무대 위에 올렸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연을 강하게 깎아내리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욕”이라는 취지의 반응을 내놓자, 공연은 곧바로 문화전쟁의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갔다.

문제는 취향의 차이를 넘어, 트럼프식 정치가 문화적 상징을 곧장 ‘충성/불충’의 잣대로 환원시키는 방식에 있다. 언어가 곧 정체성이고, 정체성이 곧 정치가 되는 순간, 예술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징벌’의 대상으로 바뀐다. 슈퍼볼 무대가 보여준 것은 특정 진영의 선전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미국 사회의 다양성 현실인데, 백악관의 반응은 그 현실을 “불편한 도발”로 규정하려는 충동에 가까웠다. 그들이 생각하는 '위대한 미국'은 다양성이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오바마 원숭이’ AI 영상 논란과, 반복되는 인종 코드

며칠 전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를 원숭이로 묘사한 AI 합성 영상을 공유했다가 삭제한 사건은, “말의 실수”로 정리하기 어려운 장면을 남겼다. 이 영상은 미국의 오랜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그대로 끌어다 쓴 표현이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비판을 불렀고, 백악관은 해당 영상이 ‘밈’에 가깝다는 취지로 상황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논란이 배드 버니 공연 논쟁과 맞물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는 “언어·피부색·출신”을 곧장 ‘국가의 순도’ 문제로 연결시키는 정치적 프레임이고, 다른 하나는 그 프레임이 대중문화·소셜미디어·행정권력까지 동시에 관통한다는 구조다.
실제로 트럼프는 2025년 3월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E.O. 14224)에 서명해, 언어 문제를 정책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언어를 둘러싼 갈등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최고권력이 특정 언어·문화 정체성을 ‘정상’으로 세우고 나머지를 ‘예외’로 밀어내는 순간, 사회는 통합이 아니라 위계로 재편된다. 이번 슈퍼볼 논란과 AI 영상 논란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타자를 희화화해도 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같은 줄기에 닿아 있다.

권력의 농담이 된 혐오, 국제 신뢰의 비용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트럼프의 발언·행동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을 ‘정치적 소음’으로 처리해버리는 미국 내부의 관성이다.
인종적 모멸을 담은 이미지가 유통되고, 다문화 상징이 ‘반미’로 낙인찍히는 과정에서, 정당·언론·경제권력은 “논란의 확산을 피하자”는 명분 아래 침묵을 택하기 쉽다. 그러나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비용의 이연이다. 그 비용은 사회 내부의 신뢰 붕괴로 돌아오고, 대외적으로는 동맹과 파트너에게 “미국은 가치의 언어를 얼마나 일관되게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캐나다를 포함한 동맹국들의 관점에서 이는 단순한 미국 국내정치의 해프닝이 아니다. 다문화·인권·이민을 둘러싼 가치의 후퇴는 곧 외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환경에도 파장을 만든다. 문화전쟁이 제도와 시장으로 번지는 순간, 기업은 ‘정치적 안전지대’가 사라졌음을 체감한다. 결국 “트럼프의 언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언행이 공적 영역에서 어떤 제동도 받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는지 여부다. 그 구조가 굳어질수록, 미국은 스스로가 내세워 온 개방성과 포용의 자산을 ‘정치적 단기 이득’과 맞바꾸게 된다.

카일J 리 기자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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