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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식탁’ 패스트푸드 위기가 시작됐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맥도날드·웬디스 등 주요 체인,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 폭등으로 방문객 급감함
저소득층 외식 포기하고 식료품점으로 발길 돌리며 패스트푸드 비즈니스 모델 붕괴 위기임
부유층 소비는 여전히 견고해 외식 시장 내 심각한 ‘K자형’ 경제 양극화 현상 뚜렷함
[Unsplash @Mandell Smock]
[Unsplash @Mandell Smock]
(미국)
미국의 번영과 효율성을 상징하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갔던 패스트푸드 산업이 본국인 미국 시장에서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식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을 견디다 못한 업체들이 메뉴 가격을 올리자, 핵심 고객층인 저소득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저비용·고효율'이라는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저렴한 한 끼는 옛말, 고물가에 ‘스티커 쇼크’ 빠진 소비자

최근 뉴욕 웬디스 매장에서 햄버거 두 개와 감자튀김을 구매한 윌리엄 리(52) 씨는 14달러라는 청구 금액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제 패스트푸드 대신 집에서 요리하거나, 차라리 돈을 더 보태 제대로 된 식당을 찾는 편을 택한다. 실제로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패스트푸드 브랜드 중 방문객 성장을 기록한 곳은 단 9%에 불과했다. 지난 10년간 외식 물가는 52%나 폭등했으며, 특히 최근 1년간 메뉴 가격 상승률(4.1%)은 식료품 가격 상승률(2.4%)을 크게 앞질러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고기값 폭등과 구인난, 무너지는 저가 공세 전략

패스트푸드 업계를 옥죄는 가장 큰 요인은 핵심 식재료인 소고기 가격과 노동 비용의 급증이다. 미 서부 지역의 가뭄으로 소 사육 두수가 줄어들며 간 소고기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며, 올해도 약 9.6%의 추가 상승이 예고돼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로 인해 전체 노동자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이민자 공급이 끊기며 구인난이 심화됐다. 캘리포니아주가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최저 시급을 20달러로 인상하는 등 인건비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과거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던 구조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심화되는 경제 양극화, ‘K자형’ 외식 소비 뚜렷

주목할 점은 이러한 불황이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 크리스 켐친스키는 "저소득층의 방문이 두 자릿수 가까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반면, 주식 시장 호황으로 자산이 늘어난 부유층이 주로 찾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시장은 오히려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의 톰 바킨 총재는 "금융권이나 고소득층을 상대하는 경제는 뜨겁지만, 저소득층 소비에 의존하는 사업체들은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극심한 분절 현상을 경고했다.

전통적 가치 회복이냐 기술 혁신이냐, 갈림길에 선 기업들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가치 전쟁'이라 불릴 만큼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내놓으며 고객 발길 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웬디스는 주방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프로젝트 프레시'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으며, 맥도날드는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과 보조금 지원을 통해 가맹점 수익 보전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동 시장의 둔화가 외식 수요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인 만큼, 거시 경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단순한 마케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패스트푸드의 쇠락은 단순한 외식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라, 미국 서민 경제의 기초 체력이 한계치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서글픈 지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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