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미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캐나다달러(루니) 역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통화 강세’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달러 대비 상승은 나타났지만, 다른 주요 통화들과의 상대 비교에서는 캐나다달러의 성과가 뚜렷하게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캐나다달러는 호주달러 대비 약 4.5%, 뉴질랜드달러 대비 약 3.5% 하락했다.
같은 ‘원자재 통화’로 묶이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캐나다만 유독 흐름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외환 전략가 데이비드 로젠버그(Rosenberg Research 대표)는 “미 달러를 제외한 교역가중 기준에서 보면 캐나다달러는 지난 두 달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고, 오히려 호주·뉴질랜드를 포함한 다수 통화에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캐나다달러엔 왜 반영되지 않나
현재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강한 랠리를 보이고 있다. 금·은·구리 가격은 역사적 고점 수준이고, 최근에는 국제 유가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런 환경은 자원 수출국 통화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캐나다달러가 이런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유는 원자재 가격 자체보다, 그
혜택을 흡수할 수 있는 국가 구조의 차이에 있다는 분석이다.
로젠버그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고, 자원 산업 육성 역시 일관되게 진행돼 왔다”며 “무엇보다 이들 국가는 세계 성장의 중심축인
아시아와 직접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캐나다는 이런 조건을 거의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중심 캐나다, 산업금속 중심 호주
통화 구조의 차이도 중요하다. 호주달러는 철광석·구리 등 산업 가격과의 연동성이 강한 반면, 캐나다달러는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의존도가 높다. 산업금속은 글로벌 제조업과 성장 기대를 직접 반영하는 자산인 반면, 에너지는 지정학적 변수와 정책 리스크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스코샤은행의 숀 오스본 수석 외환전략가는 “호주달러는 산업금속 가격에 대한 레버리지가 더 크고, 교역조건(수출 가격 대비 수입 가격) 역시 캐나다보다 강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변수, 캐나다에 붙은 정치적 디스카운트
시장 참여자들이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변수는 미국 정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캐나다 강경·변덕적 태도는 외환 시장에서 캐나다 자산 전반에 ‘정치적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로젠버그는 “글로벌 외환 투자자 입장에서 원자재 통화를 선택해야 한다면, 캐나다와 호주 중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지는 명확하다”며 “캐나다는 트럼프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캐나다달러에 대한 투기적 포지션은 순매도로부터 벗어나 순매수로 전환됐지만, 이는 캐나다에 대한 강한 신뢰라기보다는 미 달러화에 대한 신뢰 약화의 반사 효과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오스본 전략가 역시 “포지션 전환은 의미가 있지만, 확신에 찬 매수라기보다는 저신뢰(low conviction) 상태”라고 평가했다.
왜 캐나다만 뒤처지는가
로젠버그는 캐나다달러의 상대적 부진을 상징적으로 이렇게 요약했다.
“호주달러,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은 수만 계약에 달하지만, 캐나다달러는 사실상 ‘평평한 상태’다.”
원자재 호황이라는 외형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존적인 교역 구조 ▲아시아 성장과의 연결성 부족 ▲정치·통상 리스크 ▲금리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캐나다달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루니의 반등은 ‘강해서 오른 것’이 아니라
‘미 달러가 약해져서 함께 오른 것’에 가깝다. 캐나다달러가 다시 ‘원자재 통화의 중심’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단기 환율 흐름보다 더 근본적인 경제·통상 구조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