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미국 연방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캐나다 ‘펜타닐 관련 관세’에 대한 철회 여부를 놓고 표결에 나선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표결을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에 대한 공화당 내부 결속을 시험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부 국경 펜타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캐나다산 제품에 35%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캐나다·미국·멕시코 무역협정(CUSMA)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에는 해당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캐나다는 위협 아니다”…민주당의 정면 비판
하원에서 관세 철회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캐나다는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이라며 북부 국경을 ‘펜타닐 비상사태’로 규정한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 정부 자료를 인용해 북부 국경에서 압수되는 펜타닐 규모가 멕시코 국경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언급한 발언과, 온타리오와 미시간을 연결하는 고디 하우 국제교량 개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소셜미디어에 언급한 점도 문제 삼았다.
특히 민주당 린다 산체스 의원은 “캐나다가 펜타닐 위협이라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CUSMA가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체결되고 의회 비준을 거친 합의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무역 문제를 “소셜미디어를 통한 충동적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부 온도차…IEEPA 적법성도 변수
공화당 내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플로리다 출신 브라이언 매스트 의원은 캐나다 내 마약 압수 사례와 ‘펜타닐 차르’ 임명 등을 언급하며 문제가 실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천 명의 미국인이 사망하는 위기를 민주당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네브래스카의 애드리안 스미스 의원은 IEEPA를 활용한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해 연방 대법원의 판단 이후 표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는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리 중이다. 지난해 11월 심리 과정에서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상원은 이미 여러 차례 해당 관세를 뒤집는 표결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에서는 절차 규정에 따라 관세 관련 안건 표결이 지연돼 왔다. 다만 최근 공화당 의원 3명이 민주당과 함께 절차 연장에 반대하면서 하원 표결이 가능해졌다.
이번 표결은 통과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3분의 2 찬성을 얻기 어려워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캐 통상 관계의 시험대…실질적 파장 주목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헌법상 과세 및 관세 권한이 의회에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 온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공개적으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에 대응해 국경 보안 인력을 확대하고 드론 감시를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해왔다. 연방·주 경찰은 마약 압수 실적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다.
이번 하원 표결은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낮지만, 미·캐 관계와 북미 무역 질서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정치적 신호로 읽힌다. 특히 IEEPA의 활용 범위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향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 경제계와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