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토론토시는 최근 노숙인들에게 품격 있는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기 위한 '마이크로 셸터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운영 파트너 모집에 나섰다.
과거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개인들이 만든 간이 셸터를 안전상의 이유로 강제 철거하며 갈등을 빚었던 시가 5년 만에 '소규모 주거 모델'을 공식 정책으로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시 당국이 사업 신청 조건으로
'사업자가 직접 부지를 가져올 것'을 명시하면서, 땅값이 비싸고 부지 확보가 어려운 토론토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동식 캐빈 준비됐지만 땅이 없다" 민간 단체의 호소
이번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투 스텝 홈즈(Two Step Homes)'는 약 50가구 규모의 이동식 캐빈 커뮤니티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이 고안한 캐빈은 약 8x12피트 크기로, 온타리오 건축 법규를 준수하며 단열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패시브 하우스' 규격이다. 각 유닛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며, 공동 구역에 주방, 세탁실, 클리닉 등 지원 시설을 갖추는 방식이다.
로버트 레이너, 투 스텝 홈즈 고문은 "시가 혁신을 말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지 확보를 민간에 맡기는 것은 사업의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청 "시유지 중 마땅한 곳 없다" vs 업계 "유휴지 활용 의지 부족"
토론토시는 1년간 44곳의 시유지를 검토했으나, 마이크로 셸터 운영에 적합한 크기와 위치를 갖춘 곳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유지를 셸터로 쓰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고밀도 주택 개발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시는 TTC 유휴 주차장 활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이번 공모를 통해 민간 부지 옵션을 확인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수년간 비어있는 민간 부지나 유휴지를 시가 적극적으로 중개하거나 제공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책의 '유연성'은 환영하지만 '책임'은 공유해야
5년 전 노숙인들의 유일한 피난처였던 타이니 홈을 불도저로 밀어내던 토론토시가 이제야 그 가치를 인정한 것은 분명 진일보한 변화다. 하지만 '땅은 너희가 알아서 가져오라'는 식의 행정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결과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토론토처럼 금값이 된 땅에서 민간 단체가 노숙인 시설을 위해 선뜻 부지를 내놓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디자인이나 운영 방식에 대한 심사보다, 시가 보유한 유휴지나 TTC 주차장 등을 먼저 개방하는 '통 큰 결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땅 없는 주택 사업은 결국 공허한 구호에 그칠 위험이 크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