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토론토 소방청(TFS)이 흑인 역사의 달을 맞아 조직 내 뿌리 깊은 인종 불균형을 인정하고, 흑인 소방관 채용 확대를 위한 전방위적 혁신을 선언했다.
"흑인 소방관은 처음 봐요" 2026년 토론토 현장에서 들리는 씁쓸한 목소리
토론토 소방청 작전 부구역 대장(Acting District Chief)인 브라이언 포터는 30년 전 고교 시절, 소방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을 때 상담 교사로부터 "소방서에 너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 있느냐"는 회의적인 질문을 받았다. 30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포터 대장은 "현장 출동을 나가면 여전히 '흑인 소방관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는 시민들을 만난다"며, 다문화 도시 토론토의 위상과 동떨어진 소방청의 인적 구성을 지적했다. 현재 TFS 내 흑인 직원 비중은 단 3% 수준으로, 이는 토론토 전체 흑인 인구 비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TFS 흑인 직원 네트워크' 결성과 상징적 조치, 내부 지지 기반 다지기
TFS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 'TFS 흑인 직원 네트워크'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신입 흑인 소방관들을 위한 멘토링과 심리적 지지 기반을 제공하며 중도 탈락을 막는 완충 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이번 달에는 100대 이상의 소방차에 흑인 역사의 달 기념 데칼을 부착하고, 1969년 노스욕 최초의 흑인 소방관이었던 배리 샤프 대장의 업적을 기리는 등 조직 내 흑인 서사(Narrative)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순히 사람을 뽑는 것을 넘어, '흑인이 환영받는 조직 문화'를 먼저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표준은 지키되 문턱은 깎는다" 소방관 채용의 경제적 장벽 해소 과제
소방관 채용 과정은 통상 수년이 걸리며, 각종 자격증 취득과 교육비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소외 계층 청년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짐 제솝 토론토 소방청장은 "시민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선발 표준이나 역량 기준을 낮추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도, "다만 채용 과정에서 특정 인종이 탈락하는 지점을 면밀히 분석해, 경제적 부담이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론토 소방청이 공개한 '흑인 인력 3%'라는 숫자는 단순한 인사 통계가 아니라, 공공 서비스가 지역 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 있어 직면한 과제다. 화재 현장에서 시민이 마주하는 소방관의 얼굴이 자신과 닮았다는 사실은 위기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신뢰를 주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짐 제솝 청장의 "기준은 유지하되 장벽은 낮추겠다"는 전략은 영리하면서도 절실하다. 역량 미달의 인원을 뽑는 '할당제'가 아니라, 유능한 인재들이 피부색 때문에 지원조차 망설이게 만드는 '시스템의 녹'을 닦아내겠다는 의미다. 30년 전 브라이언 포터가 느꼈던 외로움이 2026년의 청년들에게 대물림되지 않으려면, 소방차에 붙인 데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채용 공고를 보는 흑인 청년들이 '저곳이 바로 내 자리'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제도적 변화다. 안전에는 인종이 없지만, 안전을 지키는 조직에는 반드시 그 도시의 얼굴이 담겨야 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