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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민주적이라더니 똑같네”... 자유당, 634페이지 ‘메가톤급’ 옴니버스 법안 강행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스티븐 맥키넌 하우스 리더, "포괄적 경제 계획"이라며 634페이지 분량 옴니버스 법안 정당성 옹호
과거 야당 시절 스티븐 하퍼 정부의 옴니버스 법안을 '비민주적'이라 비판했던 자유당의 태도 돌변 논란
야당은 내각 권한 확대 조항에 강력 반발... 신임 투표와 연계된 법안 통과 여부에 정권 운명
[Youtube @CTV News 캡처]
[Youtube @CTV News 캡처]
(오타와)
과거 옴니버스 법안을 '비민주적 관행'이라 맹비난했던 자유당 정부가 63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예산 집행법(Bill C-15)을 다시 옴니버스 형태로 발의하며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하퍼는 안 되지만 우리는 된다?" 11년 전 '민주주의' 외치던 트뤼도의 변심

이번 논란의 핵심은 '옴니버스 법안(Omnibus Bill)'이라는 입법 방식에 있다.
옴니버스 법안이란 서로 관련 없는 수십 개의 법률 개정안을 하나의 거대한 보따리에 싸서 한꺼번에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2015년 집권 전, 저스틴 트뤼도 당시 야당 대표는 스티븐 하퍼 보수당 정부가 이 방식을 사용할 때마다 "의회의 제대로 된 검토를 방해하는 비민주적인 행태"라며 강력히 비난했고, 집권하면 이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자유당 정부는 무려 634페이지에 달하는 빌 C-15를 통해 예산과 무관한 교통법, 판사법, 심지어 장관의 권한을 대폭 늘리는 조항까지 한데 묶어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장관이 법 위에 설 수도?" 야당이 경악한 ‘초법적 권한’ 독소 조항

야당인 보수당이 특히 분노하는 지점은 법안 속에 숨겨진 '내각 권한 확대' 조항이다. 빌 C-15의 5부 5절에는 특정 부처 장관이 '공공의 이익'이나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울 경우, 형법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연방 법률의 적용을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일시적으로 면제해 줄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 보수당은 이를 두고 "민주주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흔드는 독소 조항"이라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앤드류 쉬어(Andrew Scheer) 보수당 하우스 리더는 "장관이 자기 입맛에 맞는 기업에만 법적 특혜를 줄 수 있는 위험한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운명의 2월 말, 마크 카니 총리와 피에르 포일리에브의 ‘조용한 협상’

스티븐 맥키넌 하우스 리더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주택 건설을 앞당기고 미국발 관세 위협에 대응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후퇴할 기색이 없다. 하지만 소수 정부인 자유당으로서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특히 이번 투표는 정권의 생사가 걸린 신임 투표(Confidence Vote)로 간주된다. 다행히 최근 마크 카니 총리와 피에르 포일리에브 보수당 대표가 단독 회동을 가진 이후, 독소 조항에 대한 일부 수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맥키넌 리더 역시 "보수당의 우려를 알고 있으며, 특정 조항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효율성이라는 달콤한 독배, ‘하퍼의 길’을 걷는 트뤼도 정부

정치가 참 묘하다. 한국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과거 스티븐 하퍼 전 총리가 2012년 C-38 법안이나 2014년 C-43 법안 같은 대규모 옴니버스 법안을 밀어붙일 때, 지금의 자유당 인사들은 의회 민주주의의 종말이라도 온 것처럼 성토했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11년 뒤, 그들은 똑같은 방식을 쓰면서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600페이지가 넘는 법안을 한 번에 통과시키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일이다. 일일이 법안마다 토론하고 야당의 공격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효율성 뒤에는 국민이 뽑은 의원들이 법안의 세부 내용을 알지도 못한 채 거수기 노릇을 해야 하는 민주주의의 후퇴가 숨어 있다. 유권자들이 원한 것은 '빨리 가는 정부'가 아니라 '정직하게 소통하는 정부'였을 것이다. 마크 카니 총리와 피에르 포일리에브 대표가 이번 협상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내로남불'식 입법 관행이 반복되는 한 캐나다 정치를 향한 냉소는 가시지 않을 것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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