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캐나다 주택 보험 시장의 안전망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보험사들은 생존을 위해 보험료를 대폭 올리는 한편, 위험 지역에 대한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94억 달러의 충격”, 역대 최악의 기상 재해에 보험사들 ‘방어막’ 구축
지난 2024년은 캐나다 보험업계에 '재앙의 해'로 기록됐다. 캘거리 우박 폭풍(28억 달러), 재스퍼 산불(8억 8천만 달러), 토론토 및 퀘벡 홍수 등 단 네 건의 대형 사건으로만 7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연간 전체 손실액은 94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1980년대 연평균 2건에 불과했던 대형 재난이 최근 5년 사이 연평균 15건으로 급증한 결과다. 이에 TD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기상 재해 위험이 높은 지역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치솟는 자기부담금과 사라지는 홍수 보장, “내 집 보호가 어렵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가혹하다. 보험사들은 우박이나 홍수 같은 특정 위험에 대해 자기부담금을 1만 달러 이상으로 올리거나, 아예 보장 항목에서 제외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전체 가구의 약 10%인 150만 가구가 홍수 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상태며, 가입이 가능하더라도 연간 보험료가 최대 1만 5천 달러까지 추가될 수 있다. 특히 온타리오와 퀘벡, BC주의 저지대 주택들은 오래된 하수 시스템과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보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26년에도 계속될 ‘보험료 인상’, 사회적 회복탄력성 구축이 유일한 해법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주택 보험료는 평균 31%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15%)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특히 기상 피해가 집중된 BC주와 알베르타주는 각각 68%, 58%라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보험국(IBC)은 "이제는 사후 대응보다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며, 홍수 위험 지역의 신규 주택 건설을 중단하고 우박이나 산불에 강한 자재로 집을 짓는 등 국가 차원의 '기후 회복탄력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험료 폭등은 시작일 뿐, ‘기후 양극화’ 대비해야
과거 1998년 퀘벡 아이스 스톰이나 2016년 포트 머레이 산불이 '예외적인 재난'이었다면, 이제 94억 달러 규모의 손실은 새로운 상수가 되었다. 보험사들이 고위험 지역의 노출을 줄이는 것은 기업으로서 당연한 경제적 선택이지만, 그 대가는 고스란히 서민 주택 소유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토론토 GTA 지역의 노후화된 인프라와 급격한 도시화는 홍수 피해를 키우는 주범이다.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넘어 '보험 가입 자체가 거절'되는 상황이 오면 부동산 가치 하락은 물론 주거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홍수 보험 프로그램'의 조속한 시행과 더불어, 개별 가정에서도 역류 방지 밸브 설치나 지붕 보강 등 스스로 위험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기후 위기 시대의 보험은 더 이상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철저한 대비를 마친 이들만 누릴 수 있는 '비싼 선택지'가 되어가고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