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앨버타주의 독립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다수 캐나다인이 만약 분리 독립이 현실화될 경우 이웃 나라 미국의 지지를 받게 될 것으로 믿는다는 충격적인 설문 결과가 나왔다.
“강한 캐나다보다 분열된 캐나다 원하나” 미국의 기회주의적 현실주의 부각
CTV 뉴스의 의뢰로 나노스 리서치(Nanos Research)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80%가 미국이 앨버타의 연방 탈퇴를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칼턴 대학교의 국제관계 전문가 펜 햄프슨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기회주의적 현실주의에 대한 인식"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미국이 캐나다의 통일과 강화를 지지하는 든든한 이웃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이제는 캐나다의 분열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존재로 국민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이 부채질한 분리주의, 앨버타 내 지지세 확산
이러한 인식의 저변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사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지칭하며 캐나다 주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수차례 남겼다. 앨버타 독립 추진 단체인 '앨버타 번영 프로젝트(Alberta Prosperity Project)'의 제프리 래스 법률 고문은 "미국 관리들과 접촉한 결과, 우리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 미국 측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독립 가능성을 부추겼다. 현재 '스테이 프리 앨버타(Stay Free Alberta)' 등 분리주의 단체들은 독립 찬반 투표를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며 세를 불리고 있다.
현실적 장벽은 여전. 미 의회 권력 지형 변화가 변수로 작용함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실제로 앨버타를 자국의 주로 받아들이거나 독립을 전폭 지원하는 데에는 상당한 정치적 난관이 따를 것으로 본다. 앨버타 대학교의 그레그 앤더슨 교수는 "미국이 캐나다의 분열을 수사적으로 이용해 협상력을 얻으려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분열된 캐나다가 국경에 미칠 파장을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특히 앨버타가 미국에 편입될 경우 미 의회(상·하원)의 권력 균형이 크게 뒤흔들릴 수 있어, 워싱턴 정가에서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알버타의 ‘탈캐나다’ 꿈, 미국의 장기판 말로 전락하나
알버타의 분리 독립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설문 결과는 캐나다인들이 느끼는 '국가적 불안감'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연방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앨버타의 소외감이 이제는 외부 세력인 미국의 개입을 당연시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미국이 진정으로 앨버타의 번영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풍부한 자원과 지정학적 이점을 챙기기 위해 캐나다라는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것인지 말이다.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현시점에서, 캐나다 연방 정부는 서부의 소외감을 달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분열된 캐나다는 결국 남쪽 거대 강국의 힘에 휘둘리는 종속적인 관계로 전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