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비스 ‘클로드’를 운영 중인 앤스로픽의 엔지니어 보리스 처니는 지난달 미국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위와 같이 말했다.
IDE란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디버깅(오류 원인 추적)하는 프로그램으로, 개발자의 작업 공간과도 같은 도구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코드를 한 줄씩 쓰고 에러를 추적해야했지만, 이제는 AI가 기능을 통째로 구현하고 개발자는 요구사항을 던진 뒤 결과를 검수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처니는 “코딩은 거의 해결된 문제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앞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함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드 작성 자체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설계하는 역할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확산으로 인한 변화는 AI를 만드는 개발자 직군에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앤스로픽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내부 엔지니어와 연구원 대상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업무에서 AI를 활용하는 비율은 평균 59%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질문에 대한 평균 응답(28%)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생산성 역시 평균 50% 높아졌다고 답했다. 1년 전 조사 당시 20% 수준이었던 체감 생산성 향상 폭이 두배 넘게 커진 것이다. 다만 AI 활용 비중이 늘수록 응답자들의 장기적인 직무 경쟁력과 경력 안정성에 대한 불안도 함께 커졌다. 설문에 참여한 한 개발자는 “예전엔 어려운 문제를 디버깅하며 문서와 코드를 뒤지면서 시스템을 이해했는데, 이제는 AI가 바로 답을 주니 그 과정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 시니어 엔지니어는 “나는 초기에 힘들게 배워왔기에 지금 AI를 감독하며 쓸 수 있지만,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AI에 기대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없인 역량을 키우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 AI가 개발자가 성장해오던 경로를 빠르게 잠식하면서 신입 개발자들의 채용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4일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취업률은 2024년 82.2%에서 지난해 72.6%로 9.6%포인트 하락했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는 71.0%에서 66.2%로, 고려대 컴퓨터학과(80.0%→76.1%),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73.4%→70.3%)도 일제히 떨어졌다.
경북대 소프트웨어학과는 56.5%에서 42.9%로 감소폭이 더 컸다. ‘취업 보증수표’로 불리던 컴퓨터공학 계열에서 동반 하락이 나타난 셈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컴퓨터공학·컴퓨터과학 전공의 ‘고임금-고실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달 대시보드에 업데이트한 수치에 따르면 컴퓨터공학, 컴퓨터과학 졸업생의 실업률은 각각 7.8%, 7.0%로 인문학(3.8%), 사회학(4.6%)보다 높다. 경력 초기 중간 임금은 9만 달러 수준으로 가장 높은 편이지만 실업률은 지난해부터 7%대로 올라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AI 확산 이후 개발자 수요가 감소한 게 아니라 재편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구현과 테스트를 맡아오던 초급 인력에 대한 채용은 줄어드는 반면,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검증하고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숙련 인력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코드를 많이 작성하며 경험을 쌓는 중간 단계 성장 경로는 점점 얇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잭 클라크 앤스로픽 공동창업자는 “잘 훈련된 직관과 판단력을 갖춘 시니어 개발자의 가치는 분명히 올라가고 있다”며 “반대로 주니어 인력의 역할은 이전보다 불확실해졌다. 기본적인 코딩 업무는 이미 AI가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