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가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50세 이상 장노년층의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충격적인 진단이 나왔다.
국립노화연구소(NIA)가 발표한 '2025년 캐나다 노화 실태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캐나다인 5명 중 1명이 빈곤선에 해당하는 열악한 생활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 수치보다 무서운 ‘실질적 결핍’… 치과 치료와 난방도 사치
이번 조사는 단순히 연간 소득 2만~2만 5천 달러라는 통계적 수치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겪는 ‘물질적 결핍 지수’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조사 대상 6,000여 명 중 20%는 치과 치료를 포기하거나, 추운 겨울철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추위를 견디고, 식료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상태였다.
특히 응답자의 18%는 500달러라는 갑작스러운 비상 지출조차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답했으며, 11%는 경제적 이유로 치과 방문을 아예 포기한 상태다. 시나이 헬스 시스템의 사미르 신하 박사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회적 참여나 건강 관리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경제적 압박이 고령층의 독립적인 삶과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고령 사회’ 진입 앞둔 캐나다… 외로움과 고립은 또 다른 전염병
경제적 빈곤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고립을 불러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50세 이상 인구의 43%가 사회적 고립 위험군에 속해 있으며, 57%는 만성적인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2022년 이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로, 영국이나 일본처럼 국가 차원의 ‘외로움 방지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캐나다의 65세 이상 인구는 810만 명을 넘어섰다. 조만간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Super-aged nation)’ 진입이 예견된 상황에서, 고령층의 빈곤과 고립은 보건 의료 시스템과 주거, 사회 서비스 전반을 재편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실버 경제’ 활성화와 주거 지원 대책 절실
신하 박사는 인구 구조의 변화가 도전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령층의 요구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실버 경제’를 활성화하되, 그 전제 조건으로 노인들이 자신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지원 서비스가 확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주거 지원과 커뮤니티 연결망이 없다면 고령층의 삶의 질 하락은 물론, 미래 세대의 사회적 비용 부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은퇴자들 피해갈 수 없는 '현실적 노후 위기'
이번 NIA의 보고서는 화려한 은퇴 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차가운 경고장을 날린 것과 다름없다. 특히 물가가 높은 대도시 인근에 거주하는 한인 시니어들에게 ‘물질적 결핍’은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집값은 올랐지만 정작 수중의 현금 흐름이 막힌 ‘에셋 리치, 캐시 푸어’ 상태의 노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연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당장 급한 치과 진료나 지역사회 커뮤니티 이동권 확보 등 실질적인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맞춤형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 이웃의 외로움이 개인의 성격 탓이 아닌 사회적 구조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실버 경제’의 주역으로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적극적인 포용력이 필요한 때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