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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같은 전선, 다른 꿈... 이스라엘·미국의 '동상이몽'
'세계를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카일J 리 기자 0
이스라엘, 이란 에너지 인프라 집중 타격... 회생 불능 수준의 파괴가 목표
미국, 이란혁명수비대 제거 후 친미 정권 교체 포석... 이스라엘과 목표 충돌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 유가 119달러 돌파... 글로벌 에너지 위기 현실화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는 카타르 가스저장소. Youtube @NBC News캡처]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는 카타르 가스저장소. Youtube @NBC News캡처]
(국제)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개시하면서 중동은 전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사망했고, 이란은 걸프만 아랍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을 무차별 타격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브렌트 원유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9달러를 돌파했다. 전쟁 전과 비교해 60% 이상 급등한 수치다. 같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이스라엘과 미국이 그리는 종전의 그림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겉으로는 동맹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동상이몽(同床異夢) 그 자체다.

이스라엘의 전략: '파멸'을 목적으로 한 회생 불능의 타격

이스라엘의 공격 패턴은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군 수뇌부와 정권 지도부를 제거하는 것을 넘어, 이란 국가 존립의 근간인 에너지 인프라를 재건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하는 것이다.
뉴욕 소재 수판 센터(Soufan Center)는 "이스라엘의 표적 선정은 이란의 주요 기관과 지도자, 인프라에 집중돼 있으며, 이제는 민간 생활 조건을 견딜 수 없게 만들어 정권에 추가 압박을 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에너지 수출을 떠받치는 사우스 파(South Pars) 가스전이 이스라엘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은 그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다. 카타르와 해저를 공유하는 이 세계 최대 가스전에 대한 공격을 두고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하는 행위는 전 세계 에너지 안보와 역내 주민들에게 위협"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멈추지 않았다. 폐허가 된 생산 시설을 복구하는 데는 신규 건설에 맞먹는, 때로는 그 이상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스라엘은 그 취약점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이 전략의 뿌리는 이스라엘-이란 갈등의 역사 깊숙이 박혀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국가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란은 협상 가능한 상대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실존적 위협이다. 16세기 사파비 왕조가 이란을 시아파 국가로 전환한 이래, 이란의 시아파-페르시아적 정체성은 역대 왕조를 거치며 면면히 이어졌고,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더욱 강화됐다. 수천 년 역사의 페르시아 문명 후예이자 시아파 이슬람의 총본산인 이란은, 아랍 수니파 국가들과도 이스라엘과도 결코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 구조적 대립이 '파멸'을 목표로 하는 이스라엘의 전략에 근거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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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Saifee Art

미국의 속셈: '내가 고른 이란'을 원하는 교체 전략

미국의 목표는 다르다. 지난 3월 9일, 트럼프는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이란의 탄도 미사일 전력 파괴, 잔여 핵 프로그램 무력화, 이란 해군 제압 등 핵심 전쟁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할 유연성을 그가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란을 지도에서 지우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을 교체해 미국에 우호적인 새 질서를 이식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하메네이 사후 이란의 차기 최고 지도자 선임에 자신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공언하며, 유력 후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미국이 원하는 이란은 미국이 납득할 수 있는 지도자가 이끄는 이란이다.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지정학적으로 핵심적인 이란을 서방 질서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다.

이 목표의 불일치는 일찌감치 균열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이 테헤란의 석유 저장 시설을 공격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반발하며 '미국의 사전 승인 없이는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지 말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했다. 이스라엘의 '파멸 전략'과 미국의 '교체 전략'이 충돌한 단적인 장면이었다. 이후 사우스 파 가스전 타격은 두 나라 정상 간 조율을 거쳤다고 알려졌지만, 근본적인 목표의 간극은 해소되지 않은 채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미국 중동연구소(MEI)는 현재의 미국-이스라엘 공동 작전이 '군사적 승리, 전략적 실패'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이란 정권이 군사적으로 약화되더라도 단지 살아남는 것만으로 이란에게는 승리"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쟁의 공멸 구조: 모두가 지는 게임

이 갈등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에너지 자체가 전쟁의 무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란은 유가를 끌어올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해 후퇴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걸프 아랍 이웃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와 군사 기지를 표적으로 삼아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UAE, 바레인의 정유 및 가스 시설이 연달아 피격됐다.
카타르의 라스 라판(Ras Laffan) 액화천연가스(LNG) 단지가 이란 미사일의 직격탄을 맞아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 시설에 대한 손상은 전쟁 종료 이후에도 카타르의 공급 재개 능력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를 예상하듯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한 달 새 두 배로 뛰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LNG 수출 물량은 전 세계 LNG 교역량의 약 19%에 해당하는 연간 1,100억 세제곱미터(bcm, Billion Cubic Meters)이다. 하지만 2026년 2월 28일 이후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이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대안 경로는 극히 제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파이프라인 인프라를 합쳐도 하루 약 260만 배럴 수준의 원유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해협을 통과하던 하루 2,000만 배럴의 공백을 메울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란의 역설이 드러난다. 원유와 가스 수출이 국가 예산을 절대적으로 떠받치는 중동 산유국들에게, 에너지 인프라 파괴는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는 전략이다. 이라크는 원유가 정부 예산의 88%, 2024년 수출의 99.6%, GDP의 약 40%를 차지한다. 대규모 원유 수출이 5월까지 재개되지 않으면 이라크는 심각한 재정 및 국제수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쿠웨이트와 카타르의 경우 생산 중단과 복구 지연, 대체 경로 부재로 GDP가 최대 14%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생산 능력이 절반으로 줄면 같은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원유 가격은 두 배가 돼야 한다. 파괴된 생산 설비를 복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클수록, 중동 산유국들이 가격 하락을 용인할 이유는 사라진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는 더 비싼 에너지를 더 오랫동안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이 이란 전쟁 개시 12일 만에 지출한 비용은 약 165억 달러(약 24조 원)로 추산됐으며, 국방부는 이미 의회에 추가로 2,000억 달러(약 290조 원)의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이 비용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맞물려 미국 국내 물가로 직접 전이된다.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 동상이몽이 남긴 구조적 수렁

이란은 단순히 정권 하나를 교체하면 되는 나라가 아니다. 이란은 시아파 다수 국가로서 스스로를 시아파 공동체의 보호자이자 서방 영향력에 맞서는 혁명적 세력으로 자리매김해왔으며,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던 왕정을 무너뜨린 이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수니파 질서에 정면으로 맞서왔다. 수천 년의 페르시아 역사와 시아파 신학이 결합된 이란의 국가 정체성은 외부의 군사력이나 지도자 교체로 간단히 재설계되지 않는다. 이란이 440킬로그램에 달하는 고농축 우라늄을 포함한 잔여 핵 역량을 보존한 채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미국이 이란과 재차 전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경우 이 전쟁이 이란과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승리가 전략적 실패로 반전될 위험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소멸을 원하고, 미국은 이란의 교체를 원한다. 그러나 이 두 목표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전장은 계속 확산되고 전쟁의 출구는 더욱 좁아질 뿐이다.
지금 세계가 목도하는 것은 '동맹의 전쟁'이 아니라 각자의 이해를 따르는 두 나라가 같은 전선에 서 있는 동상이몽의 전쟁이다.

미국이 구상하는 '새로운 이란'이 실제로 가능한 시나리오인지, 이란의 천 년 이상 된 시아파적 정체성과 페르시아 민족주의가 외부의 설계를 수용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물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분쟁은 중동 지역의 문제로만 읽히지 않는다.

전쟁의 청구서는 언제나 예상보다 늦게, 그리고 예상보다 크게 도착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카일J 리 기자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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