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토론토 노스욕의 배더스트 스트리트와 셰퍼드 애비뉴 웨스트 교차로 일대가 중동 갈등의 대리 전령지로 변모했다.
토론토 경찰(TPS)이 최근 이 지역 주거용 도로에 대해 시위 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이에 반발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금지령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한 행진을 벌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경찰 장벽에 막힌 주거지 진입… "공공 도로 통제는 권리 침해"
29일 오후 1시경,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 약 20명의 시위대가 셰퍼드 애비뉴를 따라 서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행진 도중 주거지로 연결되는 모든 골목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했으나, 길목마다 배치된 경찰관과 순찰차에 막혀 큰 도로로만 이동해야 했다. 이번 행진을 주도한 'GTA4Palestine'의 다니엘라 보나미코는 "금지령을 어기려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공공 도로에 서지 못하게 하는 경찰의 위선과 캐나다 권리 및 자유 헌장 위반을 폭로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유대인 커뮤니티의 심장부… "시위 목적은 위협과 위세 과시"
반면, 이들을 뒤따르며 맞불 시위를 벌인 친이스라엘 단체 측은 시위대의 존재 자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고 반박했다.
캐나다 반유대주의 교육 재단(CAEF)의 마이클 테퍼 회장은 "이곳은 토론토 유대인 커뮤니티의 지리적 중심지이며 정부 기관도 없는 곳"이라며, 시위대가 이곳을 찾는 유일한 이유는 "이웃 주민들을 위협하고 제압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행진 도중 아파트 베란다에서 시위대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주민이 목격되는 등 지역 사회의 반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치안 환경 변화에 따른 고육지책… 경찰 "증오 범죄 엄단"
토론토 경찰이 주거지 시위 금지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최근 악화된 치안 상황이 있다. 이번 달에만 토론토 인근 시나고그(유대교 회당) 세 곳에서 총기 발사 사건이 발생했고, 이란-이스라엘 전쟁 여파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크레이그 영 경감은 "최근 몇 주간 시위 현장에서 나타난 혐오 슬로건으로부터 커뮤니티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 증오범죄 수사팀은 지난 주말 시위에서 포착된 반유대주의 표지판 등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하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안전과 기본권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노스욕 배더스트-셰퍼드 교차로는 토론토 내 사회적 양극화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주민들의 평온할 권리와 시위대의 표현의 자유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경찰의 '주거지 시위 금지' 카드는 갈등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리적 충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언어적 폭력과 적대감은 여전히 위험 수위다. 특정 커뮤니티를 표적으로 삼는 시위가 '정당한 의사 표현'인지, 아니면 '집단적 위협'인지에 대한 법적·윤리적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