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캐나다 포스트가 만성적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각 가정의 현관까지 우편물을 배달하던 '방문 배달(Home Delivery)' 서비스를 종료하고, 거점별 '커뮤니티 메일함(Community Mailbox)' 체제로의 전면 전환을 추진한다. 하지만 토론토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 시장들이 접근성 및 안전 문제를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0억 달러 적자 타개책… "가구당 배달 비용 122달러 절감"
현지 보도에 따르면, 연방 정부는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는 캐나다 포스트의 손실을 막기 위해 이번 구조조정안에 청신호를 켰다. 캐나다 포스트 통계에 따르면 가구당 배달 비용은 방문 배달 시 연간 279달러가 소요되지만, 커뮤니티 메일함을 이용하면 157달러로 대폭 줄어든다. 현재 캐나다 가구의 약 24%가 여전히 방문 배달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이들을 모두 전환할 경우 막대한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올리비아 차우 시장, "노인·장애인 배려 없는 일방적 추진 반대"
토론토 시는 이번 계획이 고령 인구와 신체적 불편함이 있는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리비아 차우(Olivia Chow) 시장 측 대변인은
"토론토의 늘어나는 노인 인구와 방문 배달에 의지하는 오래된 주거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 문제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사이트 선정, 접근성 대책, 지역 사회 영향 등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선행되지 않는 한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2015년, 데니스 코드레 당시 몬트리올 시장이 시와 협의 없이 공원에 설치된 메일함 콘크리트 기초를 잭해머로 부수며 강력 저항했던 사건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코드레 전 시장은 "시장들을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하면 이 계획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노조의 분노와 "속도전" 예고… 1년 내 시행 가능성
5만 5천 명의 우편 노동자를 대표하는 캐나다 우편노동자조합(CUPW)은 "정부에 제출된 계획안이 노동자들에게는 4개월째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밀실 행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캐나다 포스트가 직면한 재정 위기 때문에 이번에는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요크 대학교의 스티븐 터프츠 교수는 "저축해야 할 금액의 규모를 고려할 때, 10년씩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1년 혹은 그보다 약간 더 걸리는 수준의 '속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 서비스의 효율화인가, 보편적 복지의 후퇴인가"
우편물이 줄고 택배가 늘어난 시대에 캐나다 포스트의 적자 구조를 방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커뮤니티 메일함을 강행할 경우,
겨울철 눈 쌓인 거리를 걸어 우편물을 확인해야 하는 지역 노인들의 불편은 불 보듯 뻔하다.
캐나다 포스트는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을 위한 '예외 신청 제도'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자전거 도로 방해나 교통 흐름 저해 등 도시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고, 우체국 부지를 다른 공공 용도로 재활용하는 등 창의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잭해머가 다시 등장하기 전에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