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에서 신용 점수가 낮아 일반 은행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이 주로 찾는 대형 대출업체 '고이지(Goeasy)'가 휘청거리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돈을 갚지 못하는 연체자가 급증하면서, 이 업체에 거액을 빌려준 시중 대형 은행들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차 값 못 갚겠다" 연체 속출… 고이지, 배당 중단 '쇼크'
이번 위기의 발단은 고이지의 자회사인 '렌드케어'에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주로 자동차 할부 금융을 담당하는데,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대손 상각(손실 처리)' 규모가 3억 3,100만 달러에 달했다.
예상치 못한 막대한 손실에 고이지는 투자자들에게 주던
배당금을 전격 중단하고 향후 실적 전망치도 모두 거둬들였다. 이는 기업 경영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하며, 시장에서는 고이지가 약속한 재무 건전성 기준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8억 8천만 달러 물려… "일단 담보부터 챙기자"
문제는 고이지가 영업을 위해 시중 대형 은행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빌려다 썼다는 점이다. TD, RBC, BMO 등 캐나다 6대 시중은행이 고이지에 빌려준 돈은 약 8억 7,9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다행히 금융 분석가들은 당장 은행들이 큰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들은 고이지라는 '회사'를 보고 돈을 빌려준 것이지, 개별 대출자들의 부실을 직접 책임지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부실의 원인이 된 자동차 대출 채권을 더 이상 담보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하며 빠르게 발을 빼고 있다.
"은행은 살겠지만, 서민들의 '돈줄'은 막힌다"
은행들이 발 빠르게 담보를 확보하고 대출금을 회수하려 움직이는 것은 금융 시스템 전체로 볼 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다. 고이지와 같은 제2금융권 업체가 자금난을 겪고 은행으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면, 결국 그 피해는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캐나다에서도 급전이 필요해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로 인해 대출 심사는 더욱 엄격해지고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소식이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대출 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은 무리한 대출보다는 지출을 줄이고 부채를 관리하는 '짠물 경영'이 가계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절실한 시점이다.
[쉽게 읽는 경제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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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고이지 등): 일반 은행에서 대출이 힘든 사람들에게 높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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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 상각: 빌려준 돈을 도저히 받을 가망이 없어 '손해'로 처리하고 포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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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액(Exposure): 은행이 특정 기업에 빌려준 돈이나 투자한 금액의 총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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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인정 거부: "너희가 가진 대출 채권은 불안하니, 이제 그걸 믿고 돈을 더 빌려줄 수 없다"는 은행의 통보.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