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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 기도 금지법"...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진은?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세속주의 법안(Bill 63) 전격 채택… 지자체 허가 없는 공공 도로·공원 내 종교 의식 금지
가톨릭계 "신앙인들을 이등 시민 취급하는 처사" 반발… 기본권 침해 논란 가속
행사 주최측 "침묵 행진이 기도인가?"… 법적 정의의 모호함과 집행 기준 두고 혼선 예고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진 Youtube @City News캡처]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진 Youtube @City News캡처]
(퀘백)
퀘벡주 의회가 성금요일을 단 하루 앞두고 공공장소에서의 집단적 종교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새로운 세속주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몬트리올을 비롯한 퀘벡 전역에서 매년 열리던 '십자가의 길(Way of the Cross)' 행진 등 기독교 전통 행사가 앞으로 법적 제재를 받거나 개최가 불투명해질 위기에 처했다.

"지자체 예외 승인 없으면 불법"… 강화된 퀘벡 세속주의법
3일(금) 캐나다 프레스(The Canadian Press) 보도에 따르면, 퀘벡 정부는 지난 목요일 공공 부문 종교 상징물 착용 금지를 보육 교사까지 확대하고, 공공 기관 내 기도실 설치를 금지하며, 지자체의 명시적 동의 없는 공공장소 기도를 불허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해당 법안은 "시의회의 결의를 통해 예외적으로 허가하지 않는 한, 어떠한 공공 도로와 공원도 집단적인 종교 관행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과의 협조 하에 관례적으로 진행되어 온 종교 행진이 이제는 시의회의 '정치적 결단'과 '사례별 승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이다.

종교계 거센 반발 "신앙의 자유는 이제 권리가 아닌 구걸 대상"
퀘벡 가톨릭 주교회의의 마르탱 랄리베르테(Martin Laliberté) 의장은 이번 법안이 신앙을 가진 시민들을 '이등 시민'으로 전락시켰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스포츠 행사나 문화 축제, 일반 시위는 도로를 점거하고 자유롭게 열리는데, 종교적 이유라는 이유만으로 권리가 박탈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이번 법안이 헌법상 보장된 '종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피하기 위해 '예외 조항(Notwithstanding Clause)'을 발동해 법적 도전을 차단한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자의 시각: "침묵 속 묵상도 기도인가? 집행 기준의 모호함이 부를 혼란"
퀘벡 정부의 이번 조치는 프랑스식 강한 세속주의(Laïcité)를 모델로 삼고 있으나,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권인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법 집행 기준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몬트리올 행사를 주최하는 '친교와 해방(Communion and Liberation)' 측은 "군중이 침묵 속에 십자가를 뒤따르는 행위 중 무엇을 '기도'로 규정할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묵상하며 걷는 행위 자체가 금지 대상이 된다면, 이는 사실상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의 보행권조차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스욕과 쏜힐 등 온타리오주에 거주하는 한인 사회 역시 퀘벡의 이러한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퀘벡의 세속주의 실험이 캐나다 전역의 종교적 관용과 다문화주의 원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향후 법정에서 이 '예외 조항'의 남용이 어떻게 다뤄질지가 캐나다 인권 지형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퀘벡 새 세속주의법 주요 내용]
공공장소 기도 제한: 시의회의 특별 승인(결의) 없이 도로·공원 내 종교 의식 금지
종교 상징물 금지 확대: 정부 기관 근무자 외에 보육원 종사자까지 적용 확대
기도실 폐쇄: 학교 및 공공 기관 내 설치된 모든 종교적 기도 공간 철거
법적 방어: 헌법상 기본권의 일시적 정지 조항으로 사법부의 위헌 판결 가능성 차단
시행 시점: 법안 통과 즉시 효력 발생 (2026년 이스터 주말부터 영향)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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