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항균' 비누와 세정제가 오히려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토론토 대학교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가정 내 과도한 살균제 사용이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을 앞당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분표 속 'QACs'를 주목하라…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치명적 독성
현지 보도에 따르면, 토론토대 미리엄 다이아몬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4급 암모늄 화합물(QACs)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QACs는 가정용 세정제, 물티슈, 항균 비누 등에 널리 쓰이는 살균 성분이다.
문제는 이 성분이 단순히 세균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QACs는 인체의 피부와 폐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생식 및 발달 독성, 신진대사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벤잘코늄 클로라이드'와 같은 성분은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혈액과 모유, 심지어 음용수에서도 검출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하수처리장은 '슈퍼버그 공장'?… 항생제 내성 키우는 살균제
다이아몬드 교수는 가정에서 쓴 살균제가 하수구로 흘러 들어간 뒤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QACs 사용량의 약 75%는 하수처리장으로 모이는데, 이곳에서 병원 등에서 흘러나온 각종 세균 및 항생제 성분과 섞이며 이른바 '진화적 선택 압력'을 받게 된다.
살균제 성분이 가득한 '폐수 수프' 속에서 살아남은 세균들은 웬만한 살균제나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강력한 내성을 가진 '슈퍼버그'로 진화하게 된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하수처리 시설이 본의 아니게 새로운 내성균을 찍어내는 '슈퍼버그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항균' 마케팅에 가려진 진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결벽에 가까운 살균 문화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병원과 같은 특수 환경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항균 제품을 쓰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실질적인 이득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제품에 들어간 살균 성분이 박테리아와 접촉하는 시간이 짧아 제대로 죽이지도 못하면서 내성만 키워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대형 마트 주방·욕실 세제 코너에서 '99.9% 제거' 혹은 'Antibacterial'이라는 문구를 보면 신뢰감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교수의 조언처럼, 이제는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 '클로라이드(Chloride)'나 '벤젠(Benzene)' 계열의 성분이 포함된 제품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