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와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가운데, 캐나다 연방 정부의 대응책을 두고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도 있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류세를 깎아주는 것보다 기존의 세금 환급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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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캐나다는 산유국인데 왜 기름값이 뛰나
"유류세 인하의 함정"… 혜택은 정유사로, 세수는 감소
경제학자 콜린 망 교수는 분석을 통해 연방 정부가 검토 중인 유류세 인하 카드가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주유소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거나, 그 혜택의 상당 부분이 정유 및 유통 업체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연방 물품서비스세(GST) 및 통합판매세(HST) 환급액을 늘리는 방식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 타겟팅 지원: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배분함으로써 고물가에 가장 취약한 저소득 및 중산층 가구에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 행정 효율성: 이미 구축된 세무 시스템을 활용하므로 추가적인 행정 비용 없이 신속하게 현금을 지급할 수 있다.
• 소비 진작: 주유비뿐만 아니라 식료품 등 생활 전반의 필수재 구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이란 전쟁의 나비효과… 전 세계 공급망 흔드는 '에너지 쇼크'
망 교수는 현재 캐나다가 겪고 있는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중동의 불안정은 단순히 기름값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해상 물류 비용 상승과 원자재 공급 차질을 불러와 식탁 물가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는 "중동발 에너지 쇼크는 캐나다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외부 요인이지만, 그 충격을 완화하는 내부 정책은 정교해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는 부유층을 포함한 모든 운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GST 환급 확대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집중되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퓰리즘 대신 실리를… 캐나다인의 지갑 지키기"
정치권에서 선거를 앞두고 유류세 인하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 쉬운 시점이다. 당장 주유기 앞에서 체감하는 가격표가 떨어지는 것은 국민들에게 즉각적인 만족을 주지만, 이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실질적인 물가 억제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이동 거리가 긴 GTA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기름값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결손은 결국 다른 공공 서비스의 질 저하나 장기적인 세금 인상으로 돌아올 우려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제 '보여주기식' 단기 처방보다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신속한 대처와 거시적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GST/HST 크레딧 확대를 통해 고물가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파제'를 구축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이다. 이란발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풍 속에서, 캐나다인의 지갑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감성적인 정치 구호가 아닌 정교한 경제 논리에 기반한 정책 집행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