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1500억 국방 산업’ 도전 > 뉴스

본문 바로가기
토론토 중앙일보
뉴스 정치·정책 캐나다 ‘1500억 국방 산업’ 도전
정치·정책

캐나다 ‘1500억 국방 산업’ 도전
“Buy Canadian” 전략의 명암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국방비 확대, GDP 2% 달성 이후 5% 목표로 급격한 확장 국면
‘국산 우선’ 전략 전환, 산업 육성 의지에도 공급망·기술 한계 여전
조달 지연·정의 불명확, 민간 기업 신뢰 확보가 최대 변수
[Youtube @CBC News캡처]
[Youtube @CBC News캡처]
(캐나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국방비 확대를 계기로 ‘자국 중심 국방 산업 구축’이라는 대규모 전략 전환에 나섰다. 그러나 현실적인 생산 능력과 조달 구조의 한계, 글로벌 의존도 문제 등 복합적인 장애물이 동시에 부각되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시험대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국방 산업 전략은 예산 확대 뿐만 아니라, 캐나다 경제 구조 자체를 재편할 수 있는 중대한 산업 정책으로 평가된다.

GDP 2% 달성… “냉전 이후 최대 전환점”

캐나다는 2026년 들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요구하는 국방비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처음으로 충족했다. 이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정부는 이를 ‘국방 정책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약 93억 달러를 추가 투입해 연간 국방 지출을 610억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해안경비대 비용 포함, 군 급여 인상, 인프라 투자 확대 등 회계 기준 변화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NATO가 제시한 2035년 목표인 GDP 대비 5%를 달성하려면 연간 국방비를 약 15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의 두 배 이상 규모다.

“Build–Partner–Buy”… 국산 우선 전략 전환

정부는 이번 전략에서 ‘Build–Partner–Buy(자체 생산,협력,구매)’ 구조를 도입하며, 가능한 한 국내 기업을 우선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핵심 목표는 전체 국방 지출의 70%를 캐나다 기업에 배정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완전 경쟁 입찰’ 중심 정책에서 ‘국산 우선 선택’으로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정부는 핵심 분야를 ‘주권 기술’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우주 기반 감시, •인공지능(AI), •탄약 및 군수, •수중 로봇, •첨단 센서 시스템 등
이들 분야에서 ‘국내 챔피언 기업’을 육성해 군 수요를 충족하고,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실은 “완전 자립 불가능”… 미국 의존 구조 지속

그러나 캐나다의 현재 산업 구조는 이러한 목표와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캐나다는 군함, 위성, 장갑차 등 일부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투기·전차·곡사포 등 핵심 무기는 수십 년간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F-35 전투기 도입이다. 캐나다는 약 270억 달러 규모로 미국 록히드마틴과 계약을 체결해 88대를 도입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부품 공급 기회는 얻지만, 핵심 기술과 생산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컨소시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단기간 내 ‘완전한 국방 자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향후에도 해외 구매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가장 큰 문제는 ‘조달 시스템’… 최대 5년 지연

산업계가 지적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느린 조달 시스템이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동일 기술을 이미 보유한 기업이라도 신규 사업마다 다시 경쟁 입찰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이 최대 5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한 행정 지연을 넘어선다.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 증가, •금융 조달 어려움, •기술 개발 지연, •글로벌 경쟁력 약화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 투자청(DIA)’을 신설하고 승인 절차를 단순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실행 속도가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캐나다 기업 기준도 모호”… 외국계 자회사 논란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 캐나다 기업인가’에 대한 정의다.
예를 들어, 캐나다 키치너에서 생산되는 군용 소총 사업은 80% 이상 국내 생산 비율을 충족하지만, 해당 기업은 체코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자회사다.
이처럼 생산·고용은 캐나다에 있지만, 소유권은 해외에 있는 기업을 ‘국내 산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더 나아가 현대 전쟁에서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통제권이라는 점에서, 단순 제조 기반으로는 ‘주권 확보’가 불완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잠수함 사업이 ‘시험대’… 속도 vs 주권 충돌

현재 진행 중인 600억 달러 규모 잠수함 사업은 이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독일과 한국 기업의 설계를 검토하며 ‘빠른 도입’을 우선하고 있지만, 이 경우 국내 기술 참여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즉, '빠른 전력 확보를 선택할 것인지' '국내 산업 육성을 선택할 것인지' 두 목표 사이의 충돌이 현실화된 것이다.

“정책보다 신뢰가 중요”… 민간 참여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전략의 성패가 ‘정책 방향’이 아닌 ‘실행 신뢰’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 캐나다 정부는 국방 프로젝트 일정과 계약 이행에서 반복적으로 지연을 겪었고, 이로 인해 민간 기업의 신뢰가 낮아진 상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가 실제로 언제 구매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신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60억 달러 규모의 국방 금융 프로그램을 도입해 기업 자금 조달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산화’ 아닌 ‘전략적 선택’의 문제

캐나다의 국방 산업 전략은 단순한 ‘국산화 정책’이 아니라, 어떤 기술을 국내에 남기고 어떤 분야는 동맹에 의존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향후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전투기·전차 등 대형 무기는 동맹에 의존하고 센서·AI·로봇 등 핵심 기술은 국내에 집중한다.
즉, ‘완전 자립’이 아닌 ‘선택적 주권 확보’ 전략이다.

문제는 속도다. 정책이 아닌 실행, 선언이 아닌 계약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전략 역시 과거와 같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향후 3~5년은 캐나다가 실제로 ‘국방 산업 국가’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결정적 시험 기간이 될 전망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한인사회 및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불합리한 관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보와 취재 요청은 news@koreadailytoronto.com 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뉴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