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광역 토론토 지역에서 직원들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고용주 또는 직원 관리 매니져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인건비는 차치하고 잦은 퇴사와 퇴사 후 소송을 제기하는 직원들이 늘어나, 고용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고용주와 피고용인 모두 주의 해야 할 판례가 나왔다.
퇴직금 합의 과정에서 서명만 하지 않았다면 언제든 합의를 취소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통념을 뒤엎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온타리오 상급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퇴직 합의의 핵심 조건에 동의가 이루어진 순간, 서류상의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스타벅스 사건의 교훈: "한 번 'Yes'는 영원한 'Yes'"
3일(금) 발표된 Stribling v. Starbucks Coffee Canada Inc. 판결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복직하거나 8주 치 임금을 받는 조건의 퇴직 보상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직원은 변호사와 상담을 거친 뒤 이메일을 통해 보상안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나, 정작 합의서에는 서명하지 않은 채 더 큰 보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직원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했다. 법원은 "계약은 형식적인 의식(서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핵심 조건에 대한 제안과 수락의 만남에서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즉, 이메일로 수락 의사를 전달한 바로 그 순간이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지점이며, 이후의 서명 절차는 합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경제적 압박'은 합의 무효 사유 안 돼… 직원의 변명 차단
해당 직원은 합의 과정에서 사무적 오류가 있었다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는 '강박' 논리를 펼쳤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 단순 오류: 서류상에 '징계 해고'라는 잘못된 표현이 있었으나 즉시 수정되었으므로 합의 자체를 무효화할 수 없음.
• 강박의 기준: 법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급한 상황을 '강박'으로 보지 않는다. 직원이 충분한 숙려 시간을 가졌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았다면, 이는 강박이 아닌 '신중한 결정'의 결과로 간주된다.
• 의사의 합치: 핵심 조건이 명확히 전달되었고 이를 이해한 상태에서 수락했다면 '의사의 합치(Meeting of the minds)'는 이미 이루어진 것이다.
"구두 합의의 무게, 함부로 되돌릴 수 없다"
이번 판결은 노사 관계에서 '합의'가 가지는 종국적인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그동안 많은 노동법 변호사들이 "서명 전까지는 괜찮다"는 식의 안일한 조언을 해왔으나, 이제는 이메일 한 통, 심지어 구두로 전달한 확정적 수락 의사만으로도 법적 권리가 소멸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노스욕이나 토론토의 기업주들에게 이번 판결은 큰 안도감을 준다. 합의를 마친 직원이 나중에 마음을 바꿔 소송을 걸어오더라도, 고용주는 법원에 합의 강행을 요청할 수 있고 소송 비용까지 청구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를 얻었기 때문이다.
반면 수분양자나 해고된 직원들에게는 경고의 메시지다. 보상안을 수락하는 순간은 프로세스의 '시작'이 아니라 '종료'다. 일단 수락 의사를 밝히면 더 이상 유리한 조건을 찾아 떠날 수 있는 탈출구는 닫힌다. 계약은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합의 테이블에 앉기 전, 자신의 모든 옵션을 검토하는 신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