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서스트 스트리트(Bathurst St.)와 쉐퍼드 애비뉴(Sheppard Ave.) 교차로에서 75주째 친팔레스타인-친이스라엘 시위대 대립 지속
토론토 경찰, 유대인 거주 지역 내 주택가 시위 금지령 발령하며 강력 대응... '표현의 자유'와 '안전권' 충돌
가자지구 사망자 72,000명 돌파 및 토론토 내 증오범죄 급증 속 여야 정치권의 단속 요구 거세져
(토론토)
토론토 북부의 평온한 주거 지역이었던 배더스트 스트리트(Bathurst St.)와 셰퍼드 애비뉴(Sheppard Ave.) 교차로가 75주 연속 이어지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와 이스라엘 지지 세력 간의 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6년 4월 현재, 이곳은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경찰의 공권력 집행 기준과 시민권의 한계를 시험하는 캐나다 내 가장 뜨거운 갈등의 현장이 됐다.
4,600만 달러의 치안 비용과 20명의 체포
토론토 경찰청(TPS)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23년 10월 가자 지구 전쟁 발발 이후 토론토 전역에서 관련 시위 대응을 위해 지출된 비용은 약 4,600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갈등이 집중된 배더스트-셰퍼드 구역에서는 2024년 8월 이후에만 양측 시위대 총 20명이 체포됐다. 최근에는 33세 남성이 유대인을 비하하는 혐오 표현이 담긴 표지판을 게시한 혐의(공공 장소에서의 증오 선동)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러한 긴장감 속에 마이런 뎀큐 토론토 경찰청장은 지난주부터 시위대의 주택가 진입을 전면 금지하는 특별 행정령을 발동했다. 이는 최근 노스요크와 쏜힐 지역 유대인 회당을 겨냥한 총격 사건과 유대인 운영 식당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면서 지역 주민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필리핀계 최다 거주지 vs 유대인 문화의 중심지
시위 장소 선정의 적절성을 두고 양측은 인구 통계 데이터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맞서고 있다. 시위 주도 단체인 'GTA4Palestine'은 해당 지역 선거구(Ward)의 인구 조사 자료를 인용하며, 이 지역에서 가장 비중이 큰 민족 집단은 필리핀계(Filipino)임을 강조한다. 특정 종교나 민족을 타겟팅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토론토 시청의 공식 통계는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세인트 클레어 애비뉴부터 스틸즈 애비뉴에 이르는 배더스트 스트리트 구간은 토론토 내에서 유대인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유대인 스파인(Jewish Spine)'으로 불린다. 특히 배더스트-셰퍼드 인근에는 코셔(Kosher) 식품점과 회당이 밀집해 있어,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이곳에서의 시위 자체가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위협이자 혐오라고 규정한다.
표현의 자유와 주민 안전 사이의 갈등
경찰은 시위대의 권리와 주민의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랭크 바레도 부청장은 "특정 단체의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시위를 전면 금지할 권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주택가 진입 금지는 공공 안전을 위한 '합리적인 제한'이라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 주민들은 "우리가 인질이 된 기분"이라며 정치인들의 강력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시위대 측은 "주택가 진입 금지 등은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만을 억누르는 이중 잣대"라고 반발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양측의 국기를 모두 들고 평화를 호소하는 소수의 시민들조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분노가 쌓여가는 교차로, 공존의 해법이 필요하다
75주간의 시위는 토론토가 자랑해 온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가치가 취약함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는 국제적 분쟁이 지역 공동체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권력이 민감한 인종·종교적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향후 경찰의 대응 수위와 정치권의 중재 노력이 이 '분노의 교차로'를 다시 '공존의 광장'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