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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조종사는 영웅인가"... 이란 전쟁의 참상과 언론의 망각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미군 조종사 구출 작전, ‘할리우드식’ 미화 속 가려진 민간인 대량 학살
기습 공습으로 인한 이란 내 사망자 1만 명 육박… 학교·병원 등 민간 시설 초토화
전 세계 경제 마비시킨 중동발 전쟁, 언론은 ‘전쟁의 비극’ 대신 ‘영웅담’만 복제 중
지난 20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마련된 난민 대피소에서 한 여성이 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마련된 난민 대피소에서 한 여성이 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최근 이란 상공에서 격추된 미군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한 ‘특수 작전’ 성공 소식이 주요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타전되고 있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기적적인 생환’, ‘불가능을 가능케 한 영웅적 서사’라며 찬사를 쏟아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되는 이 화려한 중계 이면에는, 미국이 협상을 제안하는 척하며 감행한 기습 공습으로 인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무너진 이란의 학교와 민간인들의 비명 소리가 철저히 지워져 있다.

기습 공습이 부른 대량 학살, ‘정밀 타격’이라는 기만

국제 인권 단체들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미국의 기습적인 공습으로 인해 이란 내 민간인 사망자는 이미 9,8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군이 ‘전략적 거점’이라 주장하며 타격한 지점 중에는 테헤란 인근의 여학교와 시라즈 지역의 종합병원이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공습으로만 어린이 1,200여 명을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미 국방부는 이를 ‘부수적 피해’라는 차가운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실종자들이다. 공습으로 무너진 관공서와 민간 기업 건물 잔해 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매몰되었는지 정확한 수치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 평화 협상을 논의하는 가식적인 자세를 취하는 동안 자행된 이 무차별적 공습은 사실상 이란 사회의 기초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불바다’와 ‘지옥’… 북한의 언술을 닮아가는 트럼프의 입

전쟁의 참혹함만큼이나 우려스러운 것은 지도자들의 언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쏟아내는 ‘불바다’, ‘생지옥’과 같은 극단적인 단어들은 우리가 과거 북측으로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협박의 언어들과 그 구조와 결이 다르지 않다. 상대 진영을 초토화하겠다는 자극적인 수사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도구로 활용될지 모르나, 실제 전장에서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폭격의 명분이 될 뿐이다.

이러한 선동적 언어는 전 세계 경제 시스템까지 마비시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으로 인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 서민들의 난방비와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직접 총성을 듣지 않는 이들조차 치솟는 물가와 불안정한 공급망으로 인해 삶의 터전이 황폐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 매체들은 이 거대한 비극의 근본적인 원인보다 미군 조종사의 구출 작전을 미화하는 데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언론의 본분은 ‘영웅 만들기’가 아닌 ‘진실의 기록’에 있다

조종사 한 명의 생명도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언론이 그 구출 과정을 영웅화하고 미화하는 데 몰두하는 사이, 수만 명의 무고한 생명이 사라지는 참혹한 현실은 ‘뉴스의 배경’으로 밀려나고 있다. 언론이 전쟁의 참상을 직시하지 않고 국가 권력의 프로파간다를 복제하는 ‘스피커’ 역할에 그칠 때, 저널리즘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지금 대중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구출된 조종사의 드라마틱한 소감이 아니다. 도대체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죽어가고 있는지, 지도자들의 거친 입담 뒤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왜 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에 대한 차갑고 날카로운 진실이다. 언론이 '영웅주의'라는 마취제에 취해 전쟁의 민낯을 가리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역사는 지금의 언론을 ‘비극의 방조자’로 기록할 것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한인사회 및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불합리한 관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보와 취재 요청은 news@koreadailytoronto.com 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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