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토론토 동부의 거점 병원인 마이클 개론 병원(Michael Garron Hospital)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환자 급증으로 인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직면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병원 설계 당시 상정했던 수용 인원의 두 배가 넘는 환자가 매일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으며, 진료 환경 또한 악화되고 있다.
설계 용량 150명인데 300명 방문… 공간 부족에 창고까지 개조
병원 측에 따르면, 최근 응급실 방문 횟수는 지난 5년 평균 대비 31% 증가했으며, 특히 소아과 케이스는 74%나 폭등했다. 마이클 개론 병원의 카르민 시모네 부원장은 CP24와의 인터뷰에서 “본래 하루 150명의 환자를 진료하도록 설계된 시설에 현재 매일 300명 이상의 환자가 방문하고 있다”고 실태를 밝혔다.
병원은 넘쳐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지난 5년간 병원 내 거의 모든 비임상 공간을 진료실로 전환했다. 시모네 부원장은 “이제 병원 안에 사무 공간이나 창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환자 케어를 위해 모든 공간을 개조해 사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이민자와 소외계층 급증… 응급실로 몰리는 ‘필연적 이유’
이러한 환자 급증의 배경에는 병원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클 개론 병원이 담당하는 지역에는 캐나다에 갓 도착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신규 이민자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으며, 정신 건강 문제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소외계층의 비중도 높다.
시모네 부원장은 “응급실을 찾는 이들은 단순히 숫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절실한 환자들”이라며, 지역 내 1차 의료 기관의 부족이 응급실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타리오 의료 시스템의 위기… 예산 증액과 인프라 확충 절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타리오주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응급실을 떠난 환자만 30만 명(전체의 4.9%)에 달한다. 온타리오 병원노조(OCHU)는 정부의 연간 2% 예산 증액안이 물가 상승분과 운영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의료 서비스 감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포드 정부는 향후 10년간 640억 달러를 투입해 병원 병상을 늘리겠다는 인프라 계획을 발표했지만, 당장 현장에서 겪는 인력난과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마이클 개론 병원은 정부에 긴급 예산 증액과 시설 확장을 요청하는 한편,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환자 분류 및 진료 효율성을 높여 대기 시간을 단축하려는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무너지는 응급실, ‘AI’가 아닌 ‘사람과 공간’이 답이다
마이클 개론 병원의 의료진이 창고까지 진료실로 바꿔가며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숭고하지만, 동시에 캐나다 공공 의료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인공지능 기술 도입은 효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물리적인 공간 부족과 의료진의 번아웃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급증하는 인구와 고령화, 소외계층의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의료 인프라는 결국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정부의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응급실 바닥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과 한계를 넘어선 의료진을 위한 실질적인 운영 예산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