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토론토 시가 도시의 역동성을 높이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푸드트럭과 거리 노점상, 버스커(거리 공연자)에 대한 규제를 24년 만에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유지되어 온 낡은 규정들을 현대화하여 소상공인들에게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편의를 증진하려는 취지다.
다운타운 노점상 빗장 풀고 푸드트럭 영업시간 ‘배 이상’ 연장
시 정부가 이번 주 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의 핵심은 지난 2002년부터 다운타운 핵심 지역에 적용해 온 ‘노점상 신규 허가 금지(Moratorium)’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다. 당시 과밀화 방지를 위해 도입된 이 조치로 인해 다운타운 내 노점상은 2002년 134개에서 지난해 47개로 급감했다. 시는 이번 규제 해제를 통해 새로운 노점상 유입을 유도하되, 기존 식당과의 상생을 위해 음식점으로부터 최소 25m 거리를 두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푸드트럭 운영 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현재 동일 구역 내 5시간으로 제한된 영업시간을 12시간으로 대폭 늘려 점심과 저녁 상권 모두를 공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푸드트럭의 연간 면허 수수료를 현행 $6,631에서 $4,500로 약 32% 인하하여 운영자들의 고정비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아이스크림 트럭 등 이동식 판매 차량의 수수료 역시 하향 조정된다.
버스커 앰프 사용 허용… 거리 문화 예술의 질적 변화 예고
그동안 토론토 거리 공연자들의 숙원이었던 앰프(증폭기) 사용과 창작물 판매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시는 허가받은 버스커에 한해 정오부터 오후 8시 사이 적정 볼륨 내에서 앰프 사용을 허용하고, 본인의 CD나 카세트테이프 등 음반 판매를 별도의 추가 허가 없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한다. 이는 소음 민원 관리와 예술가들의 수익 구조 개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수수료 인하로 인해 시의 세수는 연간 최대 12만 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시 정부는 면허 신청 건수가 늘어나면 전체적인 세입 규모는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번 권고안은 오는 4월 9일 경제 및 지역사회 개발 위원회를 거쳐 이달 말 시의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거리의 활력’ 뒤에 가려진 형평성, 기존 상인들의 박탈감은 누가 달래나
토론토 시의 이번 결정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상공인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지원 신호다. 24년 동안 굳게 닫혔던 다운타운 노점상의 문을 다시 연 것은 규제 중심 행정에서 활력 중심 행정으로의 체질 개선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화려한 ‘거리 경제’의 부활 뒤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인 ‘형평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토론토 시내 일반 음식점과 소상공인들은 가게 앞 입간판(A-frame signs) 설치 규정 위반으로 ‘벌금 폭탄’을 맞으며 시 당국과 대립해 왔다.
높은 임대료와 재산세를 감당하며 합법적인 영업 공간을 지키는 상인들에게는 보행권 확보를 이유로 엄격한 잣대를 대던 시가, 정작 도로 위 점유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노점상과 푸드트럭에는 면허 수수료 인하와 영업시간 연장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모습은 역차별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규제 완화가 무질서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기존 상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세밀한 행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노점상 유입으로 인한 보행 혼잡 관리는 물론, 임대료를 내지 않는 이동식 영업자와 고정 사업자 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길거리 미식’의 전성기를 맞이하기 전에, 이미 거리를 지켜온 상인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