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미국 최대의 농업 장비 제조업체인 존 디어(John Deere)가 자사 장비의 수리 권한을 독점해 농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의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9,900만 달러(미화)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8일(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존 디어는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출된 합의안을 통해 농민들과의 오랜 법적 분쟁을 일단락 짓기로 합의했다.
9,900만 달러 보상 기금 마련… 2018년 이후 수리비 지불 농민 대상
이번 합의에 따라 조성되는 9,900만 달러의 기금은 2018년 1월 이후 존 디어의 공식 대리점에서 대형 농기계 수리비를 지불한 적이 있는 농민과 농장주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그동안 농민들은 트랙터나 콤바인 등 고가의 장비가 고장 났을 때, 간단한 소프트웨어 오류조차 제조사가 승인한 대리점에서만 고칠 수 있도록 제한한 존 디어의 방침 때문에 과도한 비용과 시간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해 왔다.
향후 10년간 수리 도구 개방… ‘수리할 권리’의 승리
금전적 보상 외에도 존 디어는 향후 10년 동안 트랙터, 콤바인, 사탕수수 수확기 등 대형 농기계의 유지보수, 진단 및 수리에 필요한 디지털 도구(소프트웨어)를 농민들이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농민들이 고가의 첨단 농기계를 스스로 고치거나 저렴한 사설 수리점을 이용할 수 있는 ‘수리할 권리(Right-to-Repair)’를 실질적으로 보장받게 된 것을 의미한다.
존 디어 측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2022년에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인정하지 않은 채 소송을 종료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연방거래위원회(FTC) 소송은 별개… 거세지는 독점 규제 칼날
비록 이번 민사 집단소송은 합의에 도달했으나, 존 디어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기한 별도의 소송에도 직면해 있다. FTC는 존 디어가 농민들로 하여금 공식 서비스 네트워크만 강제로 이용하게 함으로써 부품 및 수리 비용을 인위적으로 높였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법원은 존 디어가 이 소송에 응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FTC의 압박은 제조 업계 전반의 수리 독점 관행을 타파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기술 보안’의 방패 뒤에 숨은 독점, 농심(農心) 앞에 무너진다
존 디어는 그동안 ‘지적 재산권 보호’와 ‘안전’을 명분으로 농민들의 수리 접근권을 철저히 차단해 왔다. 하지만 파종과 수확 등 1분 1초가 급한 농번기에 공식 대리점의 수리를 기다리며 수만 달러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농민들에게 이는 명백한 ‘횡포’였다.
이번 9,900만 달러 합의는 단순히 거액의 보상금과 더불어 첨단 기술 장비의 소유권이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있음을 재확인한 기념비적 사건이다. 존 디어의 굴복은 자동차, 스마트폰, 의료 기기 등 다른 산업 분야의 ‘수리할 권리’ 운동에도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소비자의 선택권이 좁아지는 역설을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더욱 공고해져야 할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