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가 공을 들여 유치한 고숙련 이민자들이 정작 현지 노동 시장에서는 본인의 전공이나 학위와 무관한 저숙련 일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됐다.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노동력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고등 교육을 받은 최근 이민자들의 과잉 학력(Overqualified) 비율이 캐나다 태생 노동자들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위는 ‘석사’인데 직업은 ‘생존형’... 갈 길 먼 인재 활용
조사 결과, 지난 5년 이내에 영주권을 취득한 25~54세 이민자 중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이들의 32%가 본인의 자격보다 낮은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캐나다 태생 노동자의 비율인 19%와 큰 격차를 보인다.
특히 학사 학위 이상의 고학력자일수록 격차는 더 뚜렷했다.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이민자의 33%가 과잉 학력 상태라고 보고했는데, 이는 동일한 학력을 가진 캐나다 태생(20%)보다 훨씬 높다. 또한, 본인의 전공 분야와 무관한 일을 하는 비율도 이민자(21%)가 현지인(15%)보다 높게 나타났다.
OECD 국가 학위 여부가 ‘직업의 질’ 결정
출신 국가의 학위가 어디에서 인정받느냐에 따라 일자리 매칭의 질이 극명하게 갈렸다. 미국, 독일, 호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이민자는 저숙련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율이 14%에 불과했으나, 비OECD 국가 출신은 그 비율이 27%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스킬링(De-skilling, 숙련도 저하)' 현상이라고 부르며, 외국 자격증 불인정과 캐나다 내 경력 부족이 이민자들을 생존형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긍정적 지표와 여전한 과제: "새어 나가는 인재 바구니"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별도의 통계청 연구에 따르면, 2019~2024년 사이 입국한 이민자의 42%가 입국 후 3개월 이내에 취업하거나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10~15년 전 입국자들의 수치(31%)보다 크게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인적 자원 낭비는 캐나다 경제에 매년 약 500억 달러의 GDP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TMU)의 마르시아 악바르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목표는 고숙련 인재 유치인데, 현실 노동 시장은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비판했다.
‘기술 이민’의 환상과 ‘3D 업종’의 현실
캐나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매년 수십만 명의 고학력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캐나다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벽은
"캐나다 경력이 있느냐"는 질문과
"해외 학위는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차가운 답변이다.
엔지니어가 우버를 운전하고, 의사가 개인 지원 작업자(PSW)로 일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캐나다는 더 이상 매력적인 이주 대상국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보고서 'Leaky Bucket 2025'는 고학력 이민자일수록 더 빨리 캐나다를 떠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500억 달러의 GDP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해외 자격증의 주 정부 단위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기업들이 외국 경력을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