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 금융 시장을 다시 흔들고 있다.
8일(수) 이란 의회가 미국과의 임시 휴전 합의가 위반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한때 온스당 4,80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했던 금값이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약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2주간의 휴전' 무색게 한 이란의 발표… "협상 기반 무너졌다"
이날 금값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2주간 임시 휴전 소식에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며 장 초반 3.2%까지 치솟았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폭락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한 점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X(옛 트위터)를 통해 "휴전안의 3개 조항이 이미 위반되었다"며 "협상은 비합리적"이라고 발표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 소식에 미 국채 수익률이 하락 폭을 만회하고 달러가 낙폭을 줄이면서 이자가 없는 자산인 금의 매력은 다시 위축됐다.
전쟁 이후 10% 급락… '안전 자산' 공식 깨진 금 시장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금값은 오히려 약 10%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다른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금을 매도하면서, 금이 안전 자산으로서의 독자적 행보보다는 주식 시장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짙어졌다고 분석한다.
페퍼스톤 그룹의 아마드 아시리 전략가는 "금값이 4,800달러를 넘었던 것은 위험에 대한 재조정일 뿐 체제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은 여전히 장기적인 공급망 혼란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향방이 관건… "변동성 확대 주의"
향후 금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에너지 흐름의 정상화'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공급이 안정되어야 인플레이션 우려가 꺾이고, 이에 따른 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금값을 실질적으로 떠받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휴전은 매우 조건부적이고 취약한 상태다. 만약 휴전 합의가 완전히 결렬되거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추가 충돌 징후가 보일 경우, 금 시장은 다시 극심한 변동성과 함께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정학적 줄타기에 갇힌 금, '진정한 반등'은 유가 안정에 달렸다
전쟁이 터지면 금값이 오른다는 공식은 이번 중동 사태에서 철저히 빗나갔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고금리 유지로 이어지면서 이자가 없는 금을 압박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 투자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의 종식' 그 자체보다 '에너지 비용의 하락'이다. 이란의 발언 한마디에 수 퍼센트씩 요동치는 현재의 장세는 금이 여전히 정치적 소음에 극도로 민감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휴전 합의의 실천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