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백)
캐나다 퀘벡주 스탠스테드와 미국 버몬트주 더비 라인의 국경선 위에 지어진 역사적 명소 ‘해스켈 자유 도서관 및 오페라 하우스(Haskell Free Library and Opera House)’가 마침내 캐나다인들을 위한 새 입구를 마련했다.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출입 제한 조치로 큰 불편을 겪었던 캐나다 주민들은 이제 국경을 넘는 번거로움 없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도서관 가는데 입국 심사?… 정치적 갈등이 낳은 ‘통행의 벽’
지난 수십 년간 이 지역 주민들은 도서관 내부에서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책을 읽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캐나다 측 출입구를 통한 진입을 제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캐나다 주민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정문을 이용하려면 차를 타고 공식 국경 검문소를 통과해야만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가브리엘 르둑 수석 사서는 “멀리서 오는 미국인들은 미안해하고 도우려 하지만, 캐나다 주민들은 큰 분노를 느껴왔다”며 그간의 갈등 상황을 전했다.
60만 달러 들인 ‘고난의 행군’ 종식… 무장애 입구 확보
새 입구가 생기기 전까지 캐나다인들이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오페라 하우스 건물 위층으로 세 층을 올라간 뒤 다시 세 층을 내려와야 하는 ‘우회로’를 이용해야 했다. 이 과정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는 사실상 도서관 이용 포기를 강요하는 장벽이었다.
이에 도서관 측은 퀘벡 정부와 협의하여 캐나다 전용 출입구 신설을 추진했다. 60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사비는 주정부 보조금 없이 순수하게 커뮤니티 모금을 통해 마련됐다. 실비 부드로 이사회 의장은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이고 화합하는 결과로 바꿔놓았다”며 이번 공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6월 리본 커팅식… “정치는 갈라도 문화는 잇는다”
새로운 캐나다 전용 입구는 올봄 일반에 공개되며, 오는 6월 공식적인 리본 커팅식이 열릴 예정이다. 최근 미국 측 유력 정치인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라고 비하하는 등 양국 간의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새 문 개방은 국경 마을의 일상을 되찾아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경선 위의 책장, 정치가 함부로 덮을 수 없는 가치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경으로 불리던 곳에 물리적인 ‘문’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자유로운 교류의 상징이었던 공간이 국가 이기주의와 정치적 수사에 의해 훼손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60만 달러라는 거금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모아 새 길을 낸 것은, 정치적 풍파 속에서도 자신들의 문화적 권리와 커뮤니티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새로 생긴 문은 단순히 통행을 돕는 통로를 넘어, 그 어떤 국경 수비대도 시민들의 지식에 대한 열망과 이웃 간의 유대를 막을 수 없음을 증명하는 승전보와 같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