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미용 시술인 보톡스를 맞은 뒤 전신 마비와 호흡 곤란으로 중환자실(ICU)에 입원한 온타리오 여성들의 사례가 보도되면서, 캐나다 에스테틱 산업의 부실한 감독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토론토 스타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시술자가 의사로 사칭했으며 적절한 감독 없이 불법 시술을 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숨이 안 쉬어졌다"… 평범한 시술이 부른 치명적 마비
마그달레나 키트로스(48)는 지난해 여름 오크빌의 한 클리닉에서 마가렛 드라벡(Margaret Drabek)에게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시술 직후 눈꺼풀이 처지기 시작하더니, 며칠 뒤에는 음식을 삼킬 수 없었고 호흡이 가빠졌으며 언어 장애까지 나타났다. 결국 캠브리지의 한 병원 ICU에 입원한 그녀는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공포를 겪었다.
놀랍게도 불과 20km 떨어진 키치너의 병원에서도 고시아 유르기엘(61)이라는 여성이 동일한 증상으로 입원했다. 그녀 역시 같은 시술자인 드라벡에게 시술을 받은 상태였다. 병원 측은 치명적인 신경 마비 증상인
'보툴리즘(Botulism)' 치료를 위해 희귀하고 고가인 해독제(BAT)를 긴급 요청했고, 온타리오 주경찰(OPP)이 이를 긴급 수송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의사인 줄 알았는데"… 사칭과 감독 부재의 실체
피해자들은 드라벡이 자신을 온타리오주 면허를 가진 의사로 믿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그녀는 해외 의대 졸업자(IMG)일 뿐 온타리오주에서 독립적으로 시술할 수 있는 면허가 없는 상태였다. 또한, 그녀를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도 의사 야로슬라프 드보르스키(Dr. Yaroslav Dvorskyy)는 정작 환자를 직접 대면하거나 상태를 평가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드보르스키 의사는 "드라벡이 의사로 사칭한 줄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온타리오 의사협회(CPSO)는 그가 대리 시술자를 적절히 감독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시정 권고를 내리는 데 그쳤다.
10억 달러 산업의 '감독 사각지대'… 처벌할 곳이 없다
이번 사건은 캐나다의 거대 에스테틱 산업 내에 '감독의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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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기관의 한계: CPSO는 등록된 의사만 징계할 수 있을 뿐, 면허가 없는 무자격 시술자에게는 강제적인 징계 권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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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약품 출처: 보건 당국은 시술에 사용된 약품이 승인된 정품인지, 혹은 무허가 불법 제품인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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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자격증의 오용: 드라벡은 '캐나다 에스테틱 의학 위원회(CBAM)' 인증을 내세웠으나, 이는 사설 교육 기관의 이수증일 뿐 법적 면허와는 무관함에도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피해자 유르기엘은 퇴원 후에도 수개월간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아야 했으며, 현재까지도 음식물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녀는 "내가 죽었으면 어쩔 뻔했느냐"며 무분별한 무자격 시술자들을 방치하는 정부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미용'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치명적인 위협
보톡스는 대중적인 시술이지만, 그 본질은 치명적인 독소를 근육에 주입하는 엄연한 '의료 행위'다. 이번 사건은 감독 의사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 시술은 무자격자가 집으로 찾아와 Purse(가방)에서 약병을 꺼내 주사하는 '메드 스파(Med Spa)' 산업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냈다.
피해자들이 목숨을 잃을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술자에게 실질적인 형사 처벌이나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현실은 캐나다 보건 시스템의 믿을 수 없는 중대한 결함이다. 정부는 에스테틱 시술자에 대한 직접적인 등록 제도를 마련하고, 약품의 유통 과정을 철저히 추적해야 한다. "예뻐지려다 목숨을 거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자율 규제'라는 이름의 방임을 끝내야 할 때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