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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콘도 시장, '거주 목적' 대형화 바람
투자용 '좁은 유닛' 시대 저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투자자 발길 끊기자 실거주자 공략… 침실 늘리고 층간소음·엘리베이터 대폭 보강
어번 디벨롭먼트 등 주요 건설사, 초소형 유닛 통합해 3~4베드룸 '집 같은 콘도' 설계
시장 전문가 "긍정적 변화이나 서민 가계가 감당하기엔 여전히 높은 가격이 숙제"
[Unsplash @Aalo Lens]
[Unsplash @Aalo Lens]
(토론토)
투자자 중심의 투기장으로 전락했던 토론토 콘도 시장이 역대급 불황을 맞으면서, 건설사들이 '투자용 상품'이 아닌 '사람이 사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 초소형 유닛 위주의 공급 과잉이 불러온 콘도 시장의 붕괴가 역설적으로 실거주 편의성을 높이는 '은빛 희망'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다 지친다"… '엔드 유저' 무시하던 관행에 제동

그간 토론토의 고층 콘도들은 실제 거주자보다는 투자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춰 설계되어 왔다. 좁은 면적에 유닛 수만 늘리다 보니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이 10분을 넘기거나 소음 차단이 전혀 안 되는 등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데브론 디벨롭먼트의 푸얀 사파푸르 사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콘도 시장에서 '거주자'는 뒷전이었다"며 "신발 가게에 가서 '투자용 신발'을 찾는 사람이 없듯, 이제는 콘도도 '거주용'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방 3~4개에 층간소음 방지까지… 럭셔리 실거주 단지 속속 등장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는 로즈데일 인근에 지어질 '1 말버러(1 Marlborough)' 프로젝트가 있다. 13층 규모의 이 건물은 총 58가구만 수용하며, 대부분이 2~3베드룸, 일부는 4베드룸으로 구성된다. 유닛 크기만 해도 1,800~8,000평방피트에 달하며 고급 주택 수준의 방음 시설과 누수 탐지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입주민들의 불만이 컸던 엘리베이터를 4대나 배치해 쾌적함을 더했다.

굽타 그룹(Gupta Group) 역시 기존 '영 시티 스퀘어' 프로젝트의 설계를 대폭 수정했다. 당초 704가구로 계획했던 유닛 수를 500가구로 줄이는 대신, 스튜디오와 1베드룸을 합쳐 대형 유닛으로 전환했다. 야외 수영장과 골프 시뮬레이터 등 실거주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시설도 대폭 강화했다.

"근본적 변화인가, 일시적 후퇴인가"… 가격 장벽은 여전

전문가들은 이러한 '살기 좋은 콘도'로의 회귀를 반기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티 시미아티키 토론토대 교수는 "실거주 중심의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가정이 감당하기에는 건설 비용과 분양가가 너무 높다"며 "고품질 주택 공급과 저렴한 주거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민토 그룹(Minto Group)의 마이클 워터스 CEO는 "과거의 투자자 위주 제품이 시장에서 소화되려면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신규 콘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실거주자 중심의 작지만 알찬 건물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 '삶의 공간'을 고민할 때"

그동안 토론토 스카이라인을 가득 채운 유리 타워들은 집이라기보다 '공중에 떠 있는 주식'에 가까웠다. 투자자의 수익률을 위해 거주자의 사생활과 편의가 희생되었던 기형적인 시장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라는 매를 맞고서야 제자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물론 대형화·고급화된 콘도가 당장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콘도는 좁고 불편한 임시 거처'라는 인식을 깨고, 가정을 꾸리고 오래 머물 수 있는 '진정한 홈(Home)'으로서의 가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번 변화가 시장 침체기를 모면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일시적인 작전이 아니라, 토론토 주거 문화의 근본적인 질적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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