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파티용 소품으로 여겨지던 헬륨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귀한 몸이 되면서, 캐나다 의료계가 MRI(자기공명영상) 운영 차질을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다섯 번째로 발생한 이번 '헬륨 쇼티지(Shortage)'는 단순한 수급 불안을 넘어 첨단 의료 시스템의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 헬륨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 등에 필수재인 자원이다.
MRI 가동의 핵심 '액화 헬륨'… 의료용 우선 공급에도 긴장감 고조
업계에 따르면,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과 주요 생산국의 시설 장애가 겹치며 글로벌 헬륨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영하 269도의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MRI 장비의 초전도 자석 냉각에 필수적인 '액체 헬륨' 수급이 관건이다.
캐나다 전역 2,000여 개 병원의 물자를 조달하는 '헬스프로 캐나다(HealthPRO Canada)'는 현재 시스템 전체의 중단 사태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 어떤 장비를 우선적으로 정비할지 우선순위를 검토 중이다. 서스캐처원 보건당국은 최근 공급업체로부터 할당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으나, 다행히 현재까지는 정상적인 진료가 이어지고 있다.
"탱크당 200달러가 1,200달러로"… 파티 업계는 '헬륨 손절'
헬륨 가격이 폭등하면서 민간 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리자이너에서 풍선 업체를 운영하는 타나 디트리히는 "공급업체로부터 모든 물량이 의료용으로 전환된다는 통보를 한 시간 전에 받았다"고 전했다.
2018년 당시 탱크당 $200 수준이었던 헬륨 가격은 현재 $1,20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많은 풍선 업체들이 헬륨 대신 공기를 채우는 장식물로 사업 모델을 완전히 전환하고 있으며, "헬륨은 한정된 자원인 만큼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액화 시설' 없는 캐나다의 한계
전문가들은 캐나다가 세계적인 헬륨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헬륨 개발자 협회의 리처드 던 사무총장은 "캐나다에서 생산된 헬륨 가스를 액체로 가공하기 위해 미국으로 보낸 뒤 다시 수입해오는 실정"이라며 "국내 액화 플랜트 건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헬륨의 약 3%를 공급하는 서스캐처원주는 2030년까지 점유율을 1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주 오타와를 방문해 헬륨을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과 동일한 세제 혜택 범주에 포함해 줄 것을 연방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전략 자원 헬륨, 이제는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우리가 흔히 목소리 변조나 풍선용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헬륨은 대체 불가능한 국가 전략 자원이다. MRI 없이는 현대 의료의 정밀 진단이 불가능하고, 반도체와 항공우주 산업 역시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이번 쇼티지는
자원이 풍부함에도 가공 시설이 없어 해외 정세에 휘둘리는 캐나다 공급망의 민낯을 보여준다. 연방 정부는 헬륨을 '의료 및 첨단 산업 안보'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국내 액화 시설 확충을 위한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에 나서야 한다.
가진 것은 풍부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캐나다가 마주한 현실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