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마크 카니 연방 정부의 공공 지출 감축 기조에 따라 캐나다 최대 독립 행정 재판소인 난민위원회(IRB)에서도 인력 감축이 시작됐다. 노조 측은 이미 심각한 수준인 난민 심사 적체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29만 건 쌓인 난민 심사… “현재 속도로도 3.5년 걸려”
17일 캐나다 고용이민노조(CEIU)에 따르면, IRB는 최근 정부의 ‘재배치 및 재할당 계획’의 일환으로 총 53개의 직무를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측은 현재 시스템에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대기 사례가 29만 5,522건에 달하며, 지난해 처리 속도(약 7만 9천 건)를 고려할 때 ▶적체를 해소하는 데만 3년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인력을 줄이는 것은 ‘위기 속의 자폭’이라고 성토했다. 루비나 부셰 CEIU 전국 의장은 “이것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안전과 정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사지로 모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의 반박… “감축 아닌 효율적 인력 재배치”
반면 난민위원회 측은 이번 조치가 전체 인력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인재를 다시 배치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IRB는 성명을 통해 이번에 통지서를 받은 직원들에게는 조직 내 유사한 수준의 다른 직무를 최대한 제안할 것이며, 오히려 실제 결정을 내리는 심사관과 이를 지원하는 현장 인력을 증원해 난민 신청 처리를 더욱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화되는 이민 장벽… 5월부터 의료비 자부담 도입
이번 인력 감축은 최근 캐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강력한 이민 통제 정책들과 맞물려 있다.
• 신청 자격 제한: 지난 3월 27일부터 시행된 새 법안에 따라 2025년 6월 3일 이후 난민 신청자는 캐나다 입국 후 1년 이내에 신청을 완료해야 한다.
• 불법 입국 차단: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공식 포구가 아닌 곳으로 입국하는 비정규 이민자의 난민 신청 권한이 박탈된다.
• 의료비 자부담: 오는 5월 1일부터는 후원 난민과 난민 신청자들도 본인의 의료 서비스 비용 일부를 공동 부담(Co-pay)해야 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기 중인 30만 명의 신청자 중 약 3만 명이 바뀐 법에 따라 부적격 통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칼날, 인도주의 가치 훼손하나”
정부는 ‘효율적인 인력 재배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 노조의 시각은 ‘서비스 약화’라는 우려에 닿아 있다. 특히 난민 신청자들에게 의료비 일부를 부담시키고, 신청 자격을 소급 적용해 박탈하는 조치들은 과거 캐나다가 고수해온 ‘포용적 인도주의’의 색채가 옅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주변에서 ‘난민’ 신분을 가진 이들을 직접 마주할 기회는 많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난민 체류자가 캐나다 사회의 일원으로 우리와 공생하고 있다. 이들이 수년간 불안정한 신분으로 공동체 속에 머문다는 것은 치안과 의료 복지의 사각지대를 키울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이 잠재적 위험과 불안을 함께 짊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지출 절감을 위해 공공 부문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결단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인생의 벼랑 끝에 선 이들이 3년 넘게 대기하며 기약 없는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 시스템을 지탱하는 ‘사람’을 빼내는 행위가 과연 실질적인 효율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예산 삭감이 행정 편의를 위한 ‘무분별한 거르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신속한 심사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