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최근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 정부가 국가 부채 규모를 낮추기 위해 국민연금 자산을 정부 장부에 포함시키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가운데, 연기금의 투자 방향을 국내로 돌리려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정부의 정책적 도구인 '국부펀드'처럼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 연금을 세계 최강으로 만든 '미국 중심 글로벌 전략'
테런스 코코란을 포함한 경제 분석가들은 캐나다 국민연금(CPP)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연기금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철저한 자율성'과 '미국 등 해외 시장 중심의 투자'를 꼽는다. 2025년 기준 CPP 자산 중 캐나다 내 투자는 12%에 불과하며, 47%가 미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 기금의 약 70%에 달하는 5,500억 달러가 해외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다. 이는 좁은 캐나다 시장을 벗어나 수익성이 검증된 글로벌 시장에 투자함으로써 가입자인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한 결과다.
'국부펀드'와 '연기금'의 위험한 경계 흐리기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최근 신설한 '캐나다 국부펀드(Canada Strong Fund)'와 연계하여 민간 연기금의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25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마중물 삼아, 국민연금 같은 거대 자산들이 국내 인프라나 에너지 사업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연기금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국부펀드는 정부 예산으로 국가 전략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연기금은 철저히 '수익성'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사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채 은폐와 '애국심 마케팅'의 함정
마크 카니 정부는 이번 경제 업데이트에서 국민연금 자산 8,000억 달러를 자산 항목에 넣어 실제 2.2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 순 부채를 1.4조 달러로 둔갑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를 "연금을 정부의 가용 자산으로 간주하려는 위험한 신호"라고 비판한다. 또한 "캐나다 돈은 캐나다에 투자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애국심 마케팅'은, 규제가 까다롭고 수익성이 낮은 국내 시장에 연금을 묶어둠으로써 결국 미래 세대가 받을 연금액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노후 자금은 '경기 부양'의 도구가 아니다
정부가 침체된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연기금이라는 거대 자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정치적 욕심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연기금과 국부펀드는 '한 지붕' 아래 있을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돈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연금의 팔을 비틀어 국내로 돈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금이 스스로 캐나다 기업에 투자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경제 환경과 규제 혁신을 만드는 것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 '국가 건설'이라는 명분으로 국민의 노후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행위와 다름없다. 연기금이 정치적 외풍에서 벗어나 오직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미국과 세계 시장을 누빌 수 있을 때, 캐나다인의 노후는 비로소 안전할 수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