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토론토의 콘도 시장 침체로 공사가 중단되어 '3층 높이의 거대한 구덩이'로 방치됐던 부지가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다시 태어난다. 킹스턴 로드 511번지에 계획됐던 '럭셔리 콘도'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해당 부지의 채권자였던 모기지 회사 '캐넥트(Cannect)'의 설립자 마커스 자페리스(Marcus Tzaferis)가 직접 총대를 메고 주거난 해결에 나선 것이다.
"손실 대신 상생"… 럭셔리 콘도에서 '믹스드 인컴' 임대로
당초 이 부지에는 8층 규모의 고급 콘도 30세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금리와 시장 침체로 인해 시공사가 경영난에 빠지며 공사는 중단됐고, 현장은 흉측한 구덩이로 남겨졌다. 자페리스 대표는 막대한 금융 손실을 보고 부지를 매각하는 대신, 지역 시의원인 브래드 브래드퍼드의 조언을 받아 비영리 주거 단체인 '네이버스 커뮤니티 홈즈' 및 빌더 '스트리트카 디벨롭먼트'와 손을 잡았다.
새로운 계획안은 기존과 같은 8층 높이지만 세대수를 90세대로 크게 늘렸으며, 이 중 3분의 1인 30세대를 시세보다 저렴한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으로 배정했다.
정부 지원과 비영리 단체의 협업으로 사업성 확보
주택 건설 경험이 없던 자페리스 대표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도전이었으나,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이 마중물이 됐다. 토론토시는 지난 4월, 이 프로젝트에 780만 달러의 자본금을 지원하고 40년간 재산세를 면제해주기로 승인했다.
비영리 단체인 '네이버스'는 배정된 30세대의 저렴한 유닛을 임대하여 정신건강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립을 준비하는 주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토론토의 2026년 기준, 방 1개짜리 임대료가 월 1,426달러 이하일 때 저렴한 주택으로 분류되는데, 네이버스는 여기에 추가 보조금을 더해 더 낮은 임대료로 재임대할 예정이다.
시장 침체기가 가져온 "문제 해결의 적기"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어버네이션(Urbanation)에 따르면, 2024년 초부터 지난 가을까지 토론토와 해밀턴 지역에서만 약 7,000세대에 달하는 32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이로 인해 도시 곳곳에 방치된 부지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킹스턴 로드 사례는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스트리트카 디벨롭먼트의 제프 슈니터 부사장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콘도 개발은 수익성이 없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임대 및 서민 주택 모델은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페리스 대표 역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 모두가 도망칠 때가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콘도 불패'는 옛날 얘기... '공공성'이 답이다
한때 토론토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콘도 개발이 이제는 '도심의 흉물'을 양산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킹스턴 로드의 사례는 매우 고무적이다. 채권자가 단순히 담보권을 행사해 땅을 넘기는 대신, 시의원과 비영리 단체, 그리고 빌더와 머리를 맞대어 지역사회에 필요한 '임대주택'이라는 해답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금을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민간 개발자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산세 면제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방치된 '구덩이'들은 시민들의 따뜻한 안식처로 변모할 수 있다. 토론토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럭셔리 콘도'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품격 있는 임대료'의 집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