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민권법 개정, 미국인 신청자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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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시민권법 개정, 미국인 신청자 '폭주'

트럼프 행정부 피난처로 급부상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시민권 대물림 규제 완화로 '조부모 캐나다인'이면 여권 발급 가능
미국 내 성소수자 및 진보 성향 시민들, 정치적 불안 피해 북상(北上) 행렬
이민 변호사들 "문의 전화 쇄도에 업무 마비 수준"… 한여름 이주 가속화 전망
[Unsplash @Olivier Collet]
[Unsplash @Olivier Collet]
(캐나다)
캐나다의 시민권법 개정으로 '대물림 시민권'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이웃 나라 미국에서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신청자가 폭주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정치적 지형 변화와 사회적 갈등에 지친 미국인들이 조상의 뿌리를 찾아 캐나다 여권을 손에 넣으려는 '역(逆)이민' 현상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조상의 나라로"… 족보 뒤지는 미국인들

최근 캐나다 정부는 시민권 대물림을 '직계 1세대'로 제한하던 규정을 폐지하고, 조부모나 먼 조상이 캐나다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 시민권을 부여하기로 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시카고의 이민 법무사 이브 그린필드(57) 씨는 위니펙 출신 할머니의 기록을 추적해 최근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서로에게 친절하고 고속도로에서 양보를 잘 해주는 캐나다의 사회적 분위기가 훨씬 마음에 든다"고 출국 이유를 밝혔다.

정치적 혐오와 사회적 불안이 '북상' 부추겨

이민 전문가들은 이번 신청 열풍의 이면에 미국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밴쿠버의 아마딥 하이어 이민 변호사는 "백악관에서 나오는 공격적인 수사(Rhetoric)와 성소수자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 때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미국인들의 문의가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주 벨링햄의 니콜라스 버닝 변호사 역시 "하루에만 3건 이상의 시민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대법원의 트랜스젠더 관련 판결을 앞두고 정부가 자신들을 등질까 봐 공포를 느끼는 이들이 매우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학비와 공공 서비스… "세금 낼 준비 됐다"

정치적 이유 외에도 캐나다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학 등록금과 보편적 복지 시스템도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여름 캐나다 이주를 계획 중인 그린필드 씨는 "사회가 국민을 돌봐야 한다는 캐나다의 우선순위가 내 신념과 일치한다"며 "기꺼이 세금을 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국인들의 대거 유입이 캐나다 내에서 반발을 살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유입되는 인력의 질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캐나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권은 여권이 아니라 '가치관의 선택'

과거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전 세계인을 끌어모았다면, 이제 캐나다는 '안전과 상식의 땅'으로 미국인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조상의 혈통을 추적해 시민권을 얻으려는 미국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현재 미국 사회가 얼마나 깊은 분열과 공포에 빠져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시민권법 개정은 캐나다에 인적 자원을 확충할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주거난과 물가 상승으로 예민해진 캐나다 시민들의 정서적 수용력이라는 시험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몬스터 트럭을 몰고 오는 MAGA 지지자'가 아닌 '캐나다적 가치를 공유하려는 이웃'을 환영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할머니의 나라인 캐나다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자손의 꿈이 캐나다의 다문화 포용력 속에서 결실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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