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텔레콤 대기업 텔러스(Telus)가 자사망의 911 서비스 불통으로 인해 사망한 남성의 유가족으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사망의 원인이 고인의 과실에 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해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45분간의 사투와 불통된 911… "도착했을 땐 이미 늦었다"
사건은 2025년 3월 23일, 매니토바주 피셔 브랜치에 거주하던 딘 스위처(55)가 자택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키며 시작됐다. 지난 1월 제기된 소장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던 아내와 이웃들은 모두 텔러스 고객이었으며 비상 상황을 알리기 위해 약 20차례 911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연결되는 대신 "나중에 다시 시도하라"는 자동 안내 메시지만 반복됐다.
이웃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필사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는 사이 45분이 흘렀고, 결국 이웃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RCMP 경관에게 연락해 구급차를 직접 호출하고서야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딘 스위처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유가족 측은 텔러스가 911에 대한 중단 없는 접근을 보장할 책임이 있으며, 서비스가 정상이었다면 그가 생존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텔러스의 반격: "무중단 보장 의무 없고, 고인의 과실도 있다"
이에 대해 텔러스는 지난 화요일 제출한 방어 답변서에서 강력하게 반박했다. 텔러스는 법적으로 911 서비스를 24시간 무중단으로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부인하며, 오히려 "딘의 사망은 본인의 부주의 또는 기여 과실에 의해 발생하거나 심화되었다"고 주장했다.
텔러스 측은 고객 서비스 약관을 근거로 제시했다. 네트워크 유지보수나 기술적 한계로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으며, 텔러스는 서비스 가용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한, 설령 911 연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더라도 고인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며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벨(Bell)과의 책임 공방… 드러나지 않은 진실
당시 매니토바주에서는 2025년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약 38시간 동안 텔러스망의 911 장애가 발생했다. 텔러스는 조사 보고서에서 해당 장애가 매니토바 911 네트워크 제공업체인 벨(Bell)의 시스템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반면 벨 측은 당시 텔러스를 제외한 모든 통신사의 911 연결은 정상이었다고 맞섰다.
기업의 책임 회피인가, 법리적 방어인가
기업이 법적 분쟁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약관을 근거로 방어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 텔러스의 대응은 공공의 안전과 직결된 '911 서비스'라는 점에서 국민적 정서를 크게 거스르고 있다. 특히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서비스 불통의 책임을 사망자 개인의 건강 상태나 과실로 돌리는 방식은 도덕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사례는 통신사들이 911과 같은 필수 공공 서비스에 대해 어느 정도의 법적 책무를 져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기술적 오류는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오류로 인해 발생한 인명 피해에 대해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적절한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