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 통계청의 최신 조사 결과, 2024년 캐나다의 빈곤율이 11%를 기록하며 전년(11.1%)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2020년의 7%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로, 캐나다인 약 450만 명이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 양극화 뚜렷… 북부와 대도시 지역 빈곤 심화
지역별 빈곤율 차이는 극명하게 갈렸다. 생활비가 비싼 북부의 누나부트 준주는 31.7%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빈곤율을 기록했다. 이어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가 13%, 온타리오주가 12.5%로 뒤를 이으며 대도시 지역의 가파른 물가 상승 여파를 증명했다. 반면 퀘벡주는 7%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빈곤율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수치상의 정체보다 실제 체감 경기가 훨씬 악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의 앨리슨 켐퍼 교수는 "식료품과 주거비 문제에 이어 이제는 연료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삶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며 "직장인이 푸드뱅크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극단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질 소득 감소와 가중되는 사회적 소외
2024년 캐나다 가구 및 개인의 세후 소득 중앙값은 7만 5,50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7만 5,100달러)보다 약간 올랐으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득 측면에서는 2020년(7만 7,400달러)보다 2.5% 감소한 수치다. 특히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4만 1,000달러에 머물러 경제적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인종 차별을 받는 소수 집단, 원주민, 장애인들의 빈곤율은 여전히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통계청은 특정 공동체에서 가족 규모에 맞는 필수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여력이 없는 비율을 기준으로 빈곤율을 산출한다.
식품 불안정성과 노인 빈곤은 소폭 개선
어두운 지표 속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변화는 있었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상승하던 식품 불안정성은 2024년 들어 처음으로 꺾였다. 캐나다인의 약 24%인 980만 명이 식품 불안정성을 겪고 있지만, 이는 전년 대비 약 36만 명이 줄어든 수치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도 5.4%로 전년보다 0.5%포인트 하락하며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일하는 빈곤층’... 근본적인 주거 대책 절실
빈곤율이 11%에서 멈춰 섰다는 것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는 안도감보다는, 고물가가 캐나다 경제의 '뉴 노멀'로 자리 잡았다는 경고로 읽힌다. 켐퍼 교수의 지적처럼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부모님 집에 얹혀살 수밖에 없는 청년 세대의 절망은 캐나다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심각한 징후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무역 증진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빈곤의 가장 큰 뿌리인 '주거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하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열심히 일해도 푸드뱅크 줄에 서야 하는 '워킹 푸어'의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