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완치 후에도 찾아오는 불청객 '만성 피로'

본문 바로가기
토론토 중앙일보
뉴스 건강·의료 암 완치 후에도 찾아오는 불청객 '만성 피로'
건강·의료

암 완치 후에도 찾아오는 불청객 '만성 피로'

토론토 전문 클리닉이 대안 제시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암 생존자 90% 이상이 겪는 암 관련 피로감, 의료계 방치 속에 환자들 고통
운동 요법과 심리 상담 결합한 포괄적 치료… 대부분 OHIP 적용으로 문턱 낮춰
전문의들 "암 생존자를 위한 전문 재활 시스템 및 사후 관리 툴킷 마련 시급"
[Youtube @CTV News 캡처]
[Youtube @CTV News 캡처]
(토론토)
암과의 사투에서 승리한 후에도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생존자들이 늘고 있다. 치료는 끝났지만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만성 피로감이 삶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최근 토론토의 한 전문 클리닉이 이러한 '암 관련 피로(Cancer-Related Fatigue)'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치료를 제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암보다 무서운 피로감"… 생존자들을 절망으로 모는 '무기력증'

오타와에 거주하는 엘비라 스프레모는 5년간의 유방암 투쟁을 마쳤지만, 곧바로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직장 복귀가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만성 피로가 그녀를 덮쳤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설명조차 할 수 없었고, 결국 병가를 연장해야만 했다"며 당시의 절망감을 회상했다.
그녀가 찾은 곳은 토론토 영 스트리트와 셰퍼드 애비뉴 인근에 위치한 '암 피로 서비스(Cancer Fatigue Services)' 클리닉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정밀 진단을 통해 자신의 피로도가 여러 단계에서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했고, 의사의 권고에 따라 근력과 에너지를 높이기 위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약물 대신 '운동'과 '공감'… OHIP 적용으로 경제적 부담 덜어

클리닉의 치료 핵심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포함한 체계적인 운동 요법이다. 처음에는 스쿼트조차 힘겨워하던 스프레모는 고정식 자전거 타기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이전의 활기찬 모습을 완전히 되찾았다.
더욱이 이 클리닉의 프로그램 대부분은 온타리오 의료보험(OHIP)이 적용되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 신체적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가 이끄는 동료 그룹 상담을 통해 에너지 보존 법칙을 배우는 등 심리적 지지도 병행된다.

의료 시스템의 사각지대… "종양 전문의는 시간이 없고, 일반의는 지식이 부족"

클리닉의 CEO인 스콧 아담스 박사는 암 환자들이 피로를 호소할 때마다 의료진으로부터 "암 치료 후에는 당연한 것"이라며 묵살당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담스 박사는 현재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종양 전문의는 짧은 진료 시간 때문에 환자의 피로 원인을 깊이 있게 분석할 여유가 없고, 환자를 다시 돌려받은 일반 가정의(GP)는 암 관련 피로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를 완전히 이해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해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암 완치 후 '홀로서기' 아닌 '함께 걷기' 필요

캐나다 암 생존자 네트워크(CCSN)의 린지 팀 사무총장은 현재의 시스템을 "어미 새가 아기 새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며 무작정 '날아보라'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치료가 끝난 후 재활과 사후 관리는 오로지 환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는 의미다.

이번 토론토 클리닉의 사례는 암 치료의 종착역이 '완치 판정'이 아닌 '일상으로의 온전한 복귀'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단순히 수면제를 처방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운동과 상담을 통한 근본적인 재활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암 생존자들이 퇴원 후에도 전문적인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표준화된 가이드라인과 전문의 네트워크 디렉토리를 구축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한인사회 및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불합리한 관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보와 취재 요청은 news@koreadailytoronto.com 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뉴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