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지난해 캐나다 유통업계의 거인 허드슨 베이 컴퍼니(Hudson’s Bay Company, 이하 HBC)가 백화점 사업을 영구 종료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짐에 따라,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본다. 1670년 5월 2일 영국 국왕의 칙령으로 설립되어 이번 주 356주년을 맞이했을 HBC의 빈자리를 두고 여러 기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허드슨 베이의 전설과 몰락… 기록으로 증명된 3세기 역사
HBC는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 캐나다 형성사의 산증인이었다. 모피 무역으로 시작해 현대적 백화점으로 변모하기까지, 이 회사는 현대 캐나다 영토의 40%를 지배하며 원주민과의 관계 및 초기 경제 발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매니토바 아카이브(Archives of Manitoba)에 보관된 HBC의 방대한 기록물은 그 역사를 선명히 입증한다.
그러나 무리한 경영과 부채를 견디지 못한 HBC는 결국 2025년 3월, 11억 달러의 빚을 남긴 채 쓰러졌다. 지난해 봄 캐나다 타이어(Canadian Tire Corp. Ltd.)가 HBC의 이름과 상표권을 3,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브랜드의 명맥은 이어가게 되었으나, '연속 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단절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유력 후보 '퀘벡 크로니클-텔레그래프'… 262년의 신문사
현재 가장 유력한 최고(最古) 기업 후보 중 하나는 퀘벡 시티의 영자 신문 '퀘벡 크로니클-텔레그래프(Quebec Chronicle-Telegraph)'다. 1764년 6월 21일 '퀘벡 가제트(Quebec Gazette)'라는 이름으로 창간된 이 신문은 전등과 자동차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소식을 전해왔다.
물론 이 신문사 역시 역사가 평탄치만은 않았다. 1760년대 인지세법(Stamp Act)에 대한 항의와 미국 독립 전쟁 당시 퀘벡 공성전 기간 중 발행이 중단된 사례가 있으며,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의 이름에 이르렀다. 하지만 260년 넘게 지역사회의 기록자로 남았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노스웨스트, 몰슨 맥주 등 18세기 동업자들의 추격
HBC의 숙적이었던 노스웨스트(North West Co.)도 후보군에 오른다. 1779년 몬트리올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한때 HBC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으나, 1821년 HBC에 흡수 합병되었다가 1987년에야 독립 법인으로 재탄생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맥주 대기업 몰슨 쿠어스(Molson Coors) 역시 1786년 설립되어 긴 역사를 자랑하지만, 2005년 미국 기업 쿠어스(Coors)와 합병하며 본사가 캐나다와 미국으로 양분되었다는 점에서 '순수 캐나다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신문 '로열 가제트(Royal Gazette, 구 Halifax Gazette)'는 1752년 시작되어 연대로는 가장 앞서지만, 현재는 정부가 관리하는 관보 성격이 강해 독립적인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고(最古)'의 기준은 무엇인가… 학계의 엇갈린 시선
토론토 대학교의 드미트리 아나스타키스 교수는 "최고 기업이라는 개념은 다소 모호하다"고 진단한다. 운영 중단 후 재개한 기업을 인정할 것인지, 외국 자본에 매각된 경우를 포함할 것인지 등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서부 온타리오 대학교의 마이클 도브 교수는 "HBC가 가진 독보적인 강점은 1670년부터 이어온 완벽한 아카이브였다"며, 다른 후보 기업들이 역사를 입증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록을 얼마나 잘 보존하고 있는지가 타이틀 획득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살아남는 것이 곧 역사
기업의 역사는 전쟁과 불황, 기술 혁신의 파도를 견뎌낸 생존의 기록이다. HBC의 몰락은 아무리 찬란한 역사를 가진 기업이라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냉혹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이제 캐나다 최고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퀘벡의 작은 신문사나 몬트리올의 맥주 회사 중 하나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누리는 '가장 오래된 기업'이라는 영예는 소비자들에게 신뢰와 권위를 주지만, 동시에 급변하는 현대 경제 속에서 그 유산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무거운 숙제도 안겨주고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