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정부가 식품 안전 관련 법안에 '식품 안보'와 '가격 적정성'을 고려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최근 봄 경제 업데이트를 통해 캐나다 식품검사국법(CFIA Act)과 해충방제법(Pest Control Products Act)을 개정해 식품의 가격과 수급 안정성을 법적 고려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역 활성화 위해 보건 기준 완화하나"… 농약 잔류 허용치 논란
비영리 단체 '세이프 푸드 매터스(Safe Food Matters)'의 메리 루 맥도널드 회장은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건강보다 무역 이익을 우선시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맥도널드 회장은 "현행법의 최우선 순위는 캐나다인의 건강 보호인데, 농업계는 이것이 농약 및 식품 승인 절차를 늦춘다며 불만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번 개정이 미국산 수입 식품에 포함된 글리포세이트(제초제 성분) 등 농약 잔류 허용치를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시장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수치와 상관없이 높은 농약 수준의 식품을 거부하고 있다"며 "캐나다가 진정으로 무역을 확대하고 싶다면 보건 기준을 낮출 것이 아니라 고품질의 안전한 식품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검사국 인력 500명 감축… "검사 구멍 숭숭 뚫릴 것"
노동조합 측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인력 감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농업노조(Agriculture Union)의 밀턴 다이크 전국 의장은 "정부가 이미 식품검사국(CFIA)에서 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며 "인력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더 철저한 식품 검사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캐나다 공공서비스 전문직 연구소(PIPSC)의 숀 오라일리 회장 역시 "식품 안보와 가격을 고려하는 원칙 자체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실행 방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CFIA에서 수만 시간 분량의 식품 안전 전문 지식이 사라졌고, 인력 부족으로 수천 개의 시설이 점검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며 "식품 안전은 가족과 수출업자 모두가 신뢰해야 하는 핵심 공공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밥상 물가 잡기와 식품 안전, '제로섬 게임' 되어서는 안 돼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식품 안전'이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타협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식품 안전 기준이 완화되어
'싸지만 안전하지 않은' 식품이 시장에 풀린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 비용의 증가와 캐나다산 식품에 대한 국제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호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 대신, 규제 완화가 보건 안전망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투명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특히 식품 검사 인력을 대폭 감축하면서 규제 내용까지 손보는 것은 국민들에게 '먹거리 감시 체계의 붕괴'로 비쳐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안전은 경제적 논리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의 기본 책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