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필리핀의 전통 식재료인 자색 마 '우베(Ube)'가 전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차세대 '슈퍼 푸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선명한 보랏빛 색감으로 소셜 미디어를 점령한 우베는 이제 필리핀의 전통 디저트를 넘어 전 세계 카페의 라떼, 케이크, 아이스크림의 핵심 원료로 자리 잡았으나,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으로 인해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제2의 마차를 찾아라"… 스타벅스·코스타 등 글로벌 기업 가세
과거 필리핀 공동체 내에서 주로 소비되던 우베는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의 '마차(녹차)'를 잇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마차 부족 사태는 기업들이 비슷한 아시아적 뿌리와 독특한 색감을 가진 우베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최근 '아이스 우베 코코넛 마키아토'를 메뉴에 추가했으며, 영국의 코스타 커피도 우베 맛 핫초코와 프라페를 출시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타센셜(Datassential)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중 우베를 알고 있는 비율은 5년 전 15%에서 현재 2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밀스럽고 복잡한 공급망… '진짜 우베' 찾기 하늘의 별 따기
수요가 폭등하면서 고품질 우베 원물을 확보하려는 사업가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파리에서 우베 라떼 사업을 준비 중인 제프리 체사리(31)는 고품질 원료를 구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 공장과 농장을 직접 돌며 수급처를 찾아야 했다. 그는 "유통업자들이 소스를 밝히기 꺼려하고, 타로나 자색 고구마를 섞은 유사 제품이 많아 투명한 공급망 확보가 가장 큰 숙제"라고 전했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베 및 관련 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현지 생산량은 오히려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이는 우베의 긴 재배 기간(9개월~1년)과 농가로 전달되지 않는 낮은 수매가, 청년층의 농촌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쟁 여파와 에너지 위기까지… 첩첩산중인 공급망
최근에는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며 생산 원가가 급등하고 있다. 필리핀 현지 농가들은 이란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 비상사태로 관개 시스템 가동을 위한 연료비가 3배 이상 올랐다고 호소한다. 이로 인해 생우베 가격은 2년 전보다 약 38%나 폭등했다.
현지의 대표적인 우베 가공 센터인 벵게트 주립대학 측은 "비즈니스 목적으로 대량 구매하는 이들이 늘면서 정작 현지인들이 집에서 먹을 물량조차 부족한 상황"이라며, 설비와 인력 한계로 생산량을 더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