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빈 땅으로 두느니 피클볼장이라도"

본문 바로가기
토론토 중앙일보
뉴스 부동산 토론토 "빈 땅으로 두느니 피클볼장이라도"
부동산

토론토 "빈 땅으로 두느니 피클볼장이라도"

콘도 건설 중단에 '고육책' 찾는 개발사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토론토 신규 콘도 분양 1분기 '제로'… 30년 만에 최악의 건설 한파 직면
높은 이자·세금 부담에 개발사들 자구책 고심… 창고 대여·푸드트럭 등 대안 부상
임대 주택 전환도 불황의 늪… 미분양 해소 전까지 토지 가치 하락세 지속 전망
[Unsplash @Ben Allan]
[Unsplash @Ben Allan]
(토론토)
토론토 부동산 시장의 상징이었던 콘도 건설 붐이 멈춰 서면서, 비싼 이자와 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개발사들이 유휴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이색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콘도 부지가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아파트 대신 피클볼장이나 셀프 스토리지(창고 대여)를 운영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역대급 건설 절벽… 30년 만에 신규 분양 '전무'

시장 조사 기관 어바네이션(Urbanation)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토론토 내 신규 콘도 프로젝트 런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최소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사실상 시장이 마비된 상태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개발사들은 신규 건설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으며, 약 12개의 프로젝트를 중단한 웨스트데일 프로퍼티스 등 대형 개발사들도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개발사들은 막대한 토지세와 보안 비용, 그리고 8%에서 10%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 이자를 매달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웨스트데일의 미첼 코헨 최고운영책임자는 "기다리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지만, 부동산은 인내와 규율이 결합될 때 보상을 준다"며 당분간 부지를 피클볼장이나 푸드트럭 구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빈 땅으로 두는 것보다 적은 수익이라도 내어 유지비를 보충하겠다는 전략이다.

임대 주택 전환은 '안전한 항구'인가?

콘도 분양이 막히자 많은 개발사가 프로젝트 전체를 임대 전용 주택으로 전환하고 있다. 2024년 초 이후 광역 토론토·해밀턴 지역(GTHA)에서 마케팅 중이던 콘도 11,500가구가 취소되었으며, 이 중 약 4,000가구가 임대로 돌아섰다.

하지만 임대 시장도 녹록지 않다. 이민 감소와 외국인 유학생 등록 제한으로 수요가 줄면서 1분기 임대 주택 공실률은 5.4%로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치솟았다. 현재 신규 임대 프로젝트의 절반가량이 '두 달 월세 무료'와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고 세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코헨은 "사람들이 임대 시장을 안전한 피난처처럼 생각하지만, 현재로서는 항구를 떠나는 유일한 배일뿐"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토지 거래 급감과 가격 리셋… 향후 2년이 고비

토지 시장의 위기는 수치로 증명된다. 2025년 4분기 기준 광역 토론토 지역(GTA)의 토지 거래 가치는 약 7억 6,200만 달러로, 5년 평균치(17억 4,000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6% 감소를 기록했다. 매물 가격 역시 전성기 대비 50%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4개월 동안 담보권을 행사하는 대출기관에 의한 '강제 매물'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중소형 개발사들이 먼저 무너지고,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 업체들이 시장을 재편하는 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기존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고 금리 인하 등 정책적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토론토 도심 곳곳에서 아파트 대신 피클볼장이나 창고를 보게 되는 이색적인 풍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콘도 공화국의 굴욕, 주거 공급 위기의 전조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토론토의 콘도 타워 건설이 멈춘 자리에 피클볼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상징적이다.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현시점에서 개발사들의 '창고 대여'나 '놀이 시설' 활용은 영리한 생존 전략처럼 보이지만, 이는 곧 심각한 주거 공급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 땅을 놀리면 5~7년 뒤 공급 절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정부가 HST 면제나 개발 분담금 인하 등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10%에 육박하는 토지 대출 금리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건설을 재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금융 지원과 정책적 유인책이 나오지 않는 한, 토론토의 스카이라인은 당분간 성장을 멈춘 채 '기다림'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한인사회 및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불합리한 관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보와 취재 요청은 news@koreadailytoronto.com 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뉴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