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불안한 '카니의 250억 달러 국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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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불안한 '카니의 250억 달러 국부펀드'

'캐나다 경제의 독(毒) 될 수도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흑자 아닌 ‘부채’로 세우는 기형적 국부펀드… 국가 부채 증가 및 국채 금리 상승 압박
시중 금리 자극해 모기지·기업 대출 비용 인상 초래… 가계 및 상업용 부동산 위기 심화
불투명한 운영과 정부 개입 우려… 민간 투자 위축시키고 캐나다 자산 가치 재산정 유발
[Youtube @DRM News캡처]
[Youtube @DRM News캡처]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가 지난 4월 27일 발표한 25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국부펀드 조성 계획을 두고 금융권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본래 국부펀드는 무역 흑자나 천연자원 로열티 등 남는 자본으로 운용되는 것이 원칙이나, 지속적인 재정 적자를 겪고 있는 캐나다가 부채를 내어 펀드를 만드는 것은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채표’ 국부펀드의 역설… 금리 상승과 가계 부담 가중

금융 전문가 마틴 펠레티어는 이번 국부펀드 계획이 잘못 관리될 경우 캐나다 공공 재정은 물론 자산 가치의 전면적인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 방식이다. 잉여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펀드를 조성하려면 추가적인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며, 이는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곧바로 시중 금리에 반영되어 ▶가계의 모기지 금리를 높이고 주거비 부담을 악화시킨다. 또한 ▶자동차 할부, 신용대출, 소상공인 대출 등 소비자 금융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려 고물가에 신음하는 가계의 숨통을 더욱 조일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역시 ▶리파이낸싱 비용 상승과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해당 자산과 연결된 연기금 및 보험사의 건전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인프라 은행의 실패 재연 우려… 불투명한 운영과 규제 리스크

현 정부의 대규모 프로젝트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도 기저에 깔려 있다.
2017년 설립된 캐나다 인프라 은행(CIB)은 35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받았으나, 발족 후 10년이 지난 2027~2028년까지 실제 투입될 자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점은 프로젝트별 수익률이나 구체적인 성과 보고가 전무해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카니 총리는 국부펀드가 민간 프로젝트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오히려 민간 자본을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방 정부의 규제 승인을 조건으로 이익 공유나 지분 참여를 강제할 경우, 더 투명하고 유리한 글로벌 시장을 놔두고 캐나다에 투자할 민간 자본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섹터에서는 이러한 수익 공유가 사실상의 ‘재량적 이익세’로 간주되어 규제 복잡성만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

시장 독과점 심화 및 캐나다 자산의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

보고서는 또한 이번 국부펀드가 시장 기강 확립 없이 영향력만 행사할 경우, 이미 은행·유통·통신 등 각 분야에서 고착화된 과점 구조를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권력을 집중시켜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고 정부가 약속한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캐나다 국채는 그동안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부채 기반의 국부펀드는 자본 비용을 높이고 리스크 프리미엄을 확대시킨다. 이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캐나다 자산 가치가 대대적으로 재조정되는 ‘리프라이싱(Repricing)’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시장은 과거에 이러한 유사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하고 있으며, 투명성과 자율적인 시장 기강이 전제되지 않은 국부펀드는 경제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빚내서 하는 투자가 ‘국부’를 쌓을 수 있을지...

국부펀드의 본질은 ‘번 돈’을 잘 굴려 미래 세대를 위한 곳간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카니 정부의 계획은 곳간이 비어있는데 빚을 내어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위험한 발상과 닮아있다. 정부가 시장의 촉매제가 되겠다는 포부는 좋으나, 과거 인프라 은행의 사례처럼 지지부진한 집행과 불투명한 성과 보고가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권력 집중형 기구로 전락할 뿐이다. 특히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캐나다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복잡한 규제와 이익 공유 강요가 아닌, 투명한 인센티브와 시장 중심의 환경 조성이 먼저다. 빚으로 세운 펀드가 국민의 모기지 금리를 올리고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다면, 그것은 국부펀드가 아니라 ‘국가 부채 펀드’라 불려야 마땅하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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