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지난 4월 초 체결된 이란 휴전 합의가 무력 충돌로 흔들리면서 4일(월) 북미 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급등한 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했고, 이는 결국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며 증시를 끌어내렸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에 유가 직격탄
이날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유가였다. 미국 우방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란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배럴당 106.42달러로 4.48달러 올랐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5.8% 폭등한 114.44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의해 폐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려는 움직임에 이란이 반격하며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군당국은 해협 내 '강화된 보안 구역'을 설정하고 소형 선박 6척을 격침했다고 밝혔으나, 유조선 통행 차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유가는 강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우려 재점화… 채권 금리 뛰고 증시 하락
유가 상승은 즉각 인플레이션 전망과 금리 정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자극했다.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의 아니시 초프라 이사는 "유가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인플레이션과 향후 금리 향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고유가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이 영향으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금요일 4.39%에서 4.43%로 상승하며 가계와 기업의 대출 비용 부담을 키웠다. 증시도 일제히 하락해 토론토 S&P/TSX 종합지수는 252.31포인트 하락한 33,638.87로 마감했다. 뉴욕 증시 역시 다우 지수가 557.37포인트 급락했으며, S&P 500과 나스닥도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실적 장세의 방어력… "최악은 피할 수 있다"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시장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상보다 견조하며, 빅테크뿐만 아니라 S&P 500 내 중소형주들까지 2021년 이후 최고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기업 이익의 광범위한 성장이 주가의 장기적인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캐나다 달러는 미화 대비
73.47센트에 거래되며 소폭 하락했고, 6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111.20달러 급락한 4,533.30달러를 기록했다.
유가가 쥔 시장의 운명… 실적보다 정치가 우선하는 시기
시장은 이번 주 기업 실적에 집중하며 완만한 상승세를 기대했으나, 중동발 화약고가 터지면서 주도권은 순식간에 '정치'와 '유가'로 넘어갔다. 아무리 기업 이익이 견조하더라도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강 대 강 대치는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당분간 증시는 펀더멘털보다는 중동의 전황과 유가 추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