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호르무즈 해협 전운에 요동치는 외환 시장, 캐나다 달러 하락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캐나다 달러(루니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일 외환 시장에서 루니화는 미화 대비 0.2% 하락한 1.3615달러(미화 73.45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금요일 1.3548달러를 기록하며 3월 이후 가장 강한 모습을 보였던 루니화가 불과 며칠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미군 해군 구축함이 이란의 봉쇄를 뚫고 걸프만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는 불안감이 확산되었다. 밴트리 캐피털의 대런 리처드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주 시장의 흐름은 부정적인 뉴스가 나올 때마다 안전 자산인 미화가 강세를 보이고, 긍정적인 발전이 있을 때만 루니화가 반등하는 전형적인 위험 회피 장세"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정세 속에 위험 자산인 루니화 대신 안전 자산인 미국 달러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유가 114달러 돌파, 캐나다 중앙은행 추가 금리 인상 '카드' 만지작
캐나다의 주요 수출 품목인 원유 가격은 지정학적 위기 속에 폭등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5.6% 상승하며 배럴당 114달러를 넘어섰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3.6% 오른 10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은 캐나다 달러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현재는 공급망 불안과 전쟁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지난주,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해 물가 상승 압박이 거세질 경우 연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오는 7월까지 금리를 인상하고, 2026년 말까지 최소 두 차례 이상의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물가 잡기에 나선 중앙은행의 행보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채권 수익률 동반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가 덮은 경제 지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에 발맞춰 캐나다 국채 수익률도 일제히 올랐다. 10년 만기 캐나다 국채 수익률은 9.7bp 상승한 3.625%를 기록하며 지난 3월 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향후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금융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반면, 루니화에 대한 하락 베팅을 하던 투기 세력들이 숏 포지션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하락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당분간 루니화의 향방은 중동 사태의 전개 양상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가 상승이 캐나다 경제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통화 가치는 제자리에 머물거나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동의 전운이 걷히지 않는 한, 토론토 증시와 외환 시장의 변동성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수출국의 딜레마, 고유가와 통화 약세의 불협화음
전통적으로 유가와 동행하던 루니화의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중동발 위기가 공급 측면의 충격으로 다가오면서, 고유가가 캐나다 경제의 활력이 되기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도화선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실물 경제에는 오히려 부담이 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에너지 수출국인 캐나다에 고유가가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다.
지정학적 위기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는 시기, 투자자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