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SNS 강타한 ‘알레르기약+위산 조절제’ 조합, 과연 효과 있을까?
최근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비약 조합이 폐경기 및 완경기(갱년기) 증상을 완화해준다는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바이럴 갱년기 트렌드’로 불리는 이 요법은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약)와 파모티딘(위산 조절제)을 함께 복용하면 안면홍조, 피부 가려움증, 사고력 저하(Brain Fog) 등의 증상이 개선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냉정하다. CNN의 웰빙 전문가이자 조지 워싱턴 대학 부교수인 리애나 웬 박사는 “이러한 트렌드는 과학적 저널이나 임상 시험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의 개인적인 경험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약물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갱년기 증상 치료 용도로 승인받은 적이 없으며, 근거 없는 정보에 의존할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론적으론 흥미롭지만 입증 안 돼”... 호르몬 변화가 핵심
SNS 인플루언서들이 주장하는 이론적 근거는 면역계 화학물질인 ‘히스타민’에 있다. 항히스타민제가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해 혈관 확장에 따른 홍조나 가려움증을 막아준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웬 박사는 “생물학적으로 흥미로운 가설일 수는 있으나, 갱년기 증상의 본질은 히스타민 경로가 아니라 에스트로겐 수치 변화에 따른 뇌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시스템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갱년기 증상은 단순한 가려움증을 넘어 식은땀, 수면 장애, 기분 변화, 관절통 등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단순히 상비약을 섞어 먹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복용법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졸음, 어지러움, 두통 등 항히스타민제 특유의 부작용이나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건강을 해칠 위험이 크다.
검증된 치료법이 우선… “전문의와 상담 통해 개인별 맞춤 계획 세워야”
전문가들은 증상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라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할 것을 권고한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치료법은 에스트로겐 등을 활용한 호르몬 요법(HRT)이다. 호르몬 치료가 어렵거나 꺼려지는 환자들을 위해서도 최근 FDA가 승인한 페졸리네탄트(Fezolinetant) 등 비호르몬성 신약과 특정 항우울제 등 다양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다.
생활 습관의 변화도 중요하다. 시원한 환경 유지, 층층이 겹쳐 입는 옷차림, 알코올 섭취 감소, 양질의 수면 위생 확보 등은 약물 없이도 증상을 다소 완화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들이다. 웬 박사는 “인터넷의 바이럴 트렌드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건강 이력을 잘 아는 주치의나 갱년기 전문의와 상담하여 근거 중심의 개인 맞춤형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정보의 홍수 속 ‘분별력’이 건강 지킨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건강에 관한 자극적인 비법은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갱년기처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힘든 시기를 지나는 여성들에게 ‘간편한 상비약 조합’은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내 몸에 직접 들어가는 약물은 ‘누가 효과를 봤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이 아닌, 엄격한 과학적 검증을 거친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 유행을 따르기 전, 의사에게 문의할 수 있는 신중함이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